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Sep 09. 2022

도박중독 가족한테 어떻게 말할까요

전환점

"대학시절에 소액으로 시작한 도박으로 이제 복구할 수 없을 만큼 빚을 졌네요."

38세 남성의 고백이다.

지금은 도박을 멈추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기 두렵다.

(9월 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대학시절 소액으로 스포츠 토토를 시작했다.

취직한 다음에도 도박은 계속되었다.

도박으로 잃은 돈을 도박으로 되찾으려 했다.

적금도 깨고 대출을 받으며 하다가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


도박으로 돈을 되찾을 수 없음을 알았다.

그런데 도박 사실을 가족들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전혀 모르고 계신데 충격을 심하게 받으실 거다.

어떻게 말씀드려야 충격을 덜 받으실 수 있을까.


'만시지탄'

뒤늦은 후회를 말한다.

사연자의 후회는 때를 놓친 것일까.

물론 더 빨리 멈추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잘못을 멈출 수 있는 시간은 항상 있었다.

가장 적절한 시간은 따로 없다.

멈춘 그 순간이 가장 적절한 시간이다.


'좀 더 일찍 멈추었더라면' 하는 후회는 아직 정신을 덜 차렸다는 반증이다.

'이제라도 멈출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후회와 미련이 남아 있는 만큼 잘못을 회복하는데 에너지를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싹싹하게 인정하고 복구와 회복에 힘을 쏟는 것이 최선이다.


사연자도 부모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된다.

말씀을 드릴 때 현재 마음 상태를 가장 중심에 놓고 이야기하면 좋을 것이다.

확실하게 정신이 들었다는 믿음을 드릴 수 있으면 부모님도 충격을 덜 받으실 것이다.

비가 온 뒤에 오히려 땅이 더 굳는 법이다.



실수 자체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실수를 감추고 얼버무리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다.

비싼 수업료를 내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정말 큰일이다.

제정신이 든 바로 그 순간이 전환점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가 바람피우는 것 같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