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Mar 01. 2019

3.1 운동과 3.1 혁명

올바른 평가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덕을 분명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

기미독립선언서의 시작 부분이다.

지금부터 100년 전의 일이다.

오늘날을 어떠한가?



학창 시절에 근대사를 배우면서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 난다.

항일 무장 독립투쟁 이야기는 통쾌한 부분도 있었지만 만세운동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독립만세를 외치는 운동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생각했었다.

유관순 열사 이야기는 너무나 암울하게 다가왔었다.

아직도 일제시대 이야기는 회색 빛깔로 느껴진다.


우리가 배운 역사가 일제 식민주의 사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대학에 들어가서였다.

사회를 공부하면서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가 우리 일상에 깊이 뿌리 박혀 있음을 알고 놀랐다.

더 기가 막힌 일은 우리가 쓰는 말이 심하게 오염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주의하지 않으면 일본식 표현을 쓰기 쉽다.

특히 학술용어는 그 의존도가 엄청 심했다.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하고 오히려 친일파가 대대손손 번영을 누리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관심을 가지고 역사를 돌아보니 나라를 지켜온 주체가 지배세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권력을 잡고 있던 지배세력은 위기 앞에 추한 꼴을 보였을 뿐이다.

억압받고 착취당하던 일반 백성들이 위기마다 피를 뿌려 나라를 지켜온 것이 우리 역사였다.

현재 우리 사회의 구조도 별반 다르지 않다.


3월 1일이 되면 만세운동을 기념한다.

그런데 너무나 익숙한 삼일운동이란 말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

삼일운동이 아니라 삼일 혁명이라 해야 옳다는 것이다.

민주화 운동이란 말과 민주화 혁명이란 말의 차이처럼 운동과 혁명은 느낌이 전혀 다르다.

4.19 의거와 5.16 혁명이 어릴 때부터 낯익은 말이었다.

그런데 4.19 혁명5.16 쿠데타라 해야 맞다.


역사를 어떤 눈으로 보느냐가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방향을 결정한다.

삼일 운동으로 보는 입장은 어떻게든 그날의 의거를 낮추어 평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삼일 혁명이라 주장하는 입장은 의거의 의미를 잊지 말고 계승해야 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역대 독재정권은 일반 대중을 상대로 왜곡된 정보로 세뇌하여 우상화 작업을 하고 추악한 행위를 감추려 해 왔다.

현재 50대 이상의 사람들 가운데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에 이런 교육을 받고 자라서 사회구조의 모순을 전혀 깨닫지 못한 채 평생을 보내는 사람들도 많다.


100주년을 맞이해서 독립선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학창 시절에 멋모르고 "이렇게 수동적이고 나약하게 해서 어떻게 독립을 할 수 있었갰어?'라고 생각했던 철부지가 아니라, 세뇌에서 벗어나 바르게 보고자 애쓰는 입장에서 다시 그 의미를 새겨본다.

당시 일제의 잔혹함 속에서 그렇게 많은 대중이 한마음으로 외쳤던 "독립만세!"는 혁명이었다.

유치하고 포악한 자들에게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하지 않고 비폭력으로 맞선 당당함이 빛나는 혁명이었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도 암울한 환경을 돌파하고자 하는 의지를 발견할 수 있다.

비록 그 의지를 낼 때에는 별 것 아닌 생각으로 보일지라도 어둠 속에서 시작된 그 작은 생각의 빛이 결국에는 오히려 어둠을 밝히는 계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삶을 통째로 바꾸는 커다란 전환도 작은 생각에서 시작된다.

입에 익은 삼일 운동 대신에 삼일 혁명이라 자꾸 불러 보자.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뚜렷이 보이게 될 것이다.



촛불 혁명은 삼일 혁명과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삼일 혁명 이후에도 우리 민족은 더 혹독한 지배를 30년 가까이 견뎌야 했다.

촛불을 들어 거꾸로 가는 역사를 다시 되돌려 놓기는 했으나, 아직 혁명은 완성되지 못했다.

곳곳에 굳게 박혀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적폐가 만만치 않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다시 또 부당한 지배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을 우리 자신이 결정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는 소중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눈을 부릅뜨자.

삼일 혁명 100주년에 진정한 독립을 다시 생각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참회하면 가벼워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