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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Sep 25. 2022

제 상태는 어떤 상태인가요

자가진단

"저는 전문가의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참고 살다가 지쳐버려 의욕을 잃은 30대의 사연이다.

자신의 상태를 우울증이라 진단하고 있다.

자가진단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9월 25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세상살이는 누구에게나 힘든 것인 줄 알고 있다.

참고 견디며 열심히 모범생으로 살아왔다.

직장생활의 어려움을 견디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그만두니 죄책감이 든다.


이제 참고 견디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

다시 직장생활을 할 생각은 없다.

차라리 남은 삶을 원하는 사람한테 떼어주고 죽고 싶다.

자살보다는 병이나 사고로 죽고 싶다.


사연자는 자신의 나이를 30대라 밝히며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는 늦었다고 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차리리 병이 나서 빠졌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자신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도 말했다.


만약 우울증이라면 '소신형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우울증에 소신형이란 분류는 없다.

이 사연자는 자신의 생각에 너무 확고하게 빠져 있어서 붙여본 이름이다.

과연 사연자는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검증해 보았을까.


조금만 침착하게 한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 자신의 생각에 모순에 가득 차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을 나눠주고 싶다느니 모범생으로 살아서 융통성이 없다느니 하는 생각들을 말한다.

비현실적이거나 치우친 생각을 엮어서 거대한 부정 세계를 만들고 있다.

사연자의 모든 생각은 결국 자신이 죽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사연자의 이러한 확신(?)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친구도 없고 소속하기 어렵다는 생각은 어울리며 살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다.

더 이상 참으며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마음껏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욕구다.

일하지 않아서 죄책감이 드는 것은 성취 욕구에서 나온다.



번뇌의 이면에는 욕구가 있다.

생각이 치우치면 이면을 보지 못한다.

자기 멋대로 일으킨 생각에 빠지면 답이 없다.

도움을 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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