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Dec 01. 2022

저의 마음을 모르겠어요

경계심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친해졌는데 어느새 거리를 두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 고등학생의 의문이다.

뜻이 통하고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났다.

좋아하게 되면서 오히려 거리를 두게 되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

(12월 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누구를 좋아하거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 본 적이 없다.

주변에 사랑에 빠져서 상처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랑이 뭐길래 싶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내가 신경 쓰는 일이 많아졌다.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우연히 친해진 친구가 있다.

사진이라는 취미도 같고 말이 잘 통했다.

하지만 만나면 좋고 즐거운데 어느새 그 친구를 피하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막연하고 너무 커서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


감정이란 것은 정말 묘한 것 같다.

누군가는 그렇게 갈망하는 사랑을 누군가는 두려워한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을 누구는 원하고 누구는 피한다.

사연자는 사랑이라 느끼는 순간 경계심을 품게 되었다.


복잡한 계산을 해서 두려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단순한 연합으로 두려움이 생겼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을 하고 상처를 입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랑과 고통이 연합되었을 것이다.

사랑에 빠지면 고통을 받게 된다는 생각이 자기도 모르게 마음에 박혀버렸다.


마음이 잘 맞고 함께 있으면 즐겁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으에 스며들었다.

자신의 마음을 차지해버린 대상을 좋아하지만 한순간 경계심이 일어났다.

정이 깊이 들면 헤어 나올 수 없다는 생각이 불안감으로 자리를 잡았다.

안전을 위해 사랑을 포기할 것인지 아니면 감정 따라 나아갈 것인지 기로에 섰다.


사연자의 고민은 현실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불안과 자신의 감정이 엮여버린 결과로 두려움이 생겼다.

그렇지만 사랑한다고 다 아프지는 않다.

두려워 멀리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이 있다.

지나친 경계심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꼬집는 말이다.

경계심이 지나치면 수많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구더기가 장보다 더 중요할까.





매거진의 이전글 통제가 안 되는 장애 동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