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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17. 2022

사라지고 싶네요

무기력

"몇 년 전부터 사람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제가 사라지고 싶네요."

무기력한 자신을 다시 추스르고 싶어서 올린 사연이다.

의미를 잃으면 의욕도 사라진다.

무엇을 놓치는 것일까.

(12월 17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람 만나는 게 너무 피곤하다.

내가 없으면 안 되는 형편이라 죽지 못해 산다.

8년 동안 길러온 개와 고양이가 있다.

내가 아니면 이들을 돌볼 수 없어서 살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살지는 않았지만 살아갈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

자살하는 것을 상상하면 눈물이 난다.

예전에는 싫은 사람들이 다 없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내가 그냥 사라지고 싶다.


사연자는 지쳤다.

무엇에 지쳤을까.

자기도 모르게 좌절해온 것이 있다.

사연자가 원하는 것이 있는데 스스로 돌아보지 않았을 뿐이다.


땀 흘리지 않고 얻으려 하는 마음은 어떨까.

좌절감이라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서 정성을 들이지 않는다면 가까워질 수 있을까.

바라기만 하고 실천이 없는데 희망이 이뤄질 수 있겠는가.


무기력에 빠져드는 이유는 바라는 것에 비해 실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바라는 것을 적게 하거나 노력을 많이 하면 무기력은 극복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듯 분명한 이치를 외면하고 자기는 바라는 것이 없다고 합리화하기 쉽다.

너무 일찍 포기하면서 결과에 실망하고 좌절하는 모양새다.


사연자가 개와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무슨 마음일까.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보다 반려동물과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수월하다.

사람은 상호작용을 거의 비슷한 무게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돌보는 관계는 훨씬 단순하다.


어쩌면 사연자는 소유욕이나 지배욕이 강할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원만하기 어렵다.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자 하는 욕구는 강한데 사람이 편하지 않으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물러서고 물러서면서 결국에는 자기의 욕구마저 외면해 버리고 무력감에 빠진다.



내면의 욕구를 무시하면 흥미를 잃는다.

흥미를 잃으면 의욕이 떨어진다.

의욕이 없으면 무기력해진다.

자신을 알아야 사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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