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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Feb 01. 2023

괴롭혔던 친구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반성과 사과

"초등학교 3학년 때 괴롭혔던 친구에게 사과하고 싶어요."

고2가 되는 청소년의 고백이다.

자신이 학교폭력 가해자였음을 뒤늦게 알았다.

잘못의 크기를 가늠할 수 없어 질문을 올렸다.

(2월 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초등 3학년과 4학년 사이에 친구 두 명을 괴롭혔다.

한 친구는 내 것을 베껴서 내는 것이 얄미워서 괴롭혔다.

다른 한 친구한테는 학교에서만 짓궂은 장난을 치는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같이 어울려 놀 때 그 친구가 싫었을 것 같다.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사과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잊어버리려 하는 것은 아니다.

사과를 받고 용서를 해주더라도 잊지 않을 생각이다.

다만 내 잘못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사연자가 말한 괴롭힘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사연자는 피해자가 느낀 피해의 정도가 자신의 저지른 잘못의 크기일 거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이제 와서 사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라는 의문도 표현했다.

질문을 던지고 나서 답변자에게 너무 어려운 질문일 것 같아 미안하다고도 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면 사연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심각할 것 같지는 않다.

사연자가 피해자라고 지목한 두 친구에게 물어보아도 비슷한 답을 듣지 않을까 싶다.

상대에게 고통을 주려고 하는 악의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사연자가 열거한 괴롭힌 방법들이 그냥 실랑이 수준으로 보인다.


반성을 하고 잘못을 자각해서 사과를 하려는 태도는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공연히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성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


사연자의 판단은 여러모로 수긍이 간다.

피해자(?)가 느끼는 만큼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는 판단은 옳다.

죄책감을 덜려는 이기적인 의도로 사과를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문제제기도 의미심장하다.

이 정도의 판단력이라면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후회되는 일이 있다.

처리하지 않으면 앙금처럼 쌓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소화하거나 털어버리는 것이 좋다.

다만 반성도 사과도 지나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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