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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Apr 24. 2023

43세 직장인 남성입니다.

자책

"여동생이 스토킹에 이어 폭행을 당한 지 2년이 되었는데 오빠로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네요."

43세 남성의 사연이다.

재앙처럼 불행을 겪고 오히려 자책을 하고 있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4월 2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2살 어린 여동생이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폭행까지 당했다.

그 후 나와 동생은 우울증, 어머니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약을 먹었다.

2년이 지난 지금까지 동생한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화병이 생겼다.

이제부터 달라지려고 하지만 무엇이든 핑계를 대는 나다.


경찰 공무원이 되려고 생각했지만 나이 제한에 걸린다.

검찰 공무원 쪽은 시험이 너무 어려워 엄두가 나지 않는다.

동생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자신에게 화가 난다.

조언을 듣고 싶다.


사연자에게 호감이 가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무엇이든 핑계를 대는 나'라는 대목이 거슬린다.

스스로를 비겁자라 낙인찍고 있지 않은가.

이런 정신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말 동생이 걱정된다면 자책할 일이 아니다.

오빠가 자책하는 것이 동생한테 힘이 될까.

동생이 겪은 일을 옆에서 지켜보며 무력감을 느낀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자신이 화병에 빠져서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하는 지경까지 가는 것은 심하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곤경을 버티거나 이겨낼 힘을 낼 수 없다.

정신을 차리려면 현실을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느슨했다면 조이고 엉뚱한데 정신이 팔렸다면 제자리로 돌아오면 된다.

갑자기 욕심을 낸다고 해서 사람이 쉽게 달라질 수는 없는 법이다.


동생의 불행에 마음 아파하는 오빠가 이상한 것은 아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심마에 빠진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화를 내는 것은 동생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이다.

늘 핑계를 대는 자신이라고 넘길 일이 아니다.


자책은 오히려 책임을 지지 못하는 마음씀이다.

스스로 책임지는 사람은 자책하지 않는다.

자신이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을 우선 하고 본다.

이것이 정신을 차린 모습이다.



자책은 무익하다.

책임지는 자세는 유익하다.

탓하거나 핑계를 대는 것은 비겁하다.

누구도 남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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