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엄마가 용돈기입장을 써서 보여달라고 하시는데 거부하니까 용돈을 안 주시겠다네요."
고3 여학생의 고민이다.
프라이버시를 침해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열린 소통이다.
(6월 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한 달에 용돈을 10만 원 받는다.
차비와 책값을 빼고 5만 원 정도 쓸 수 있다.
돈을 허투루 쓰지는 않는다.
그런데 엄마가 용돈기입장을 쓰라고 하신다.
나도 용돈기입장을 쓰는 것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엄마한테 보이라는 것은 심하다는 생각이다.
프라이버시가 침해받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안 보여주면 용돈을 주지 않겠다고 하신다.
사연자는 엄마의 요구가 간섭으로 느껴진다.
고3이니까 웬만한 것은 다 알아서 하지 않는가.
평소에 소비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용돈지출에 관여하시겠다는 것일까.
자녀가 경제관념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도 부모의 의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용돈기입장을 써서 보여달라는 것이 자연스러울 수도 있다.
그런데 고3이면 이미 아이가 아니다.
일방적인 지도를 할 시기는 벌써 지났다는 말이다.
일방적인 지시보다 좋은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의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합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의 의도를 나름 짐작해서 불편해진다면 열린 소통이라 할 수 없다.
열린 소통을 한다면 오해의 소지는 눈에 띄게 줄어든다.
대화를 하다가 용돈 이야기에서 프라이버시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갈 수도 있다.
깊은 내면의 이야기까지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서로 몰랐던 상대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 된다.
의견이 부딪힐 때 어느 한쪽이 이기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친밀함은 내면을 공유하면서 생긴다.
프라이버시는 존중받아 마땅하다.
친밀하다고 해서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할 수는 없다.
친밀할수록 오히려 상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지켜주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