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성
굳게 믿음.
무작정 믿음.
둘 다 흔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둘은 다르다.
하나는 주인이고 하나는 노예다.
확실한 믿음 확신!
의심의 여지가 없이 믿는 것이다.
무엇을 믿는가.
과학자는 이성을 믿는다.
신앙인은 교주를 믿는다.
일반인은 자기가 보고 들은 것을 믿는다.
긴가민가하다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 믿음이 커진다.
자신의 감각으로 경험한 것은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가 실제로 겪으면서 확신을 갖게 된다.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논리를 갖춘 가설을 세워 진실을 탐구해간다.
확신하게 되면 더 의심하지 않는다.
지구가 둥글다는 믿음.
인간의 감각으로는 땅이 평평하다.
그래서 세상이 평평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땅이 평평하다면 있을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된다.
이치에 맞게 따져 본 결과 땅이 평평하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감각을 통해 가지게 된 믿음이 무너져갔다.
땅이 평평하지 않고 둥근 모양이었다.
태양이 지구를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을 돌고 있었다.
신이 비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현상이었다.
확신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실제 사실이 아닐 수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 가지고 보더라도 인간의 감각은 불완전하다.
모든 것을 다 보지 못한다.
보이지 않는 자외선도 있고 적외선도 있다.
모든 소리를 다 듣지 못한다.
들리지 않는 고주파, 저주파도 있다.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되어 있다.
오랫동안 확신해 왔던 사실도 새로운 발견으로 뒤집히는 일이 많다.
하물며 자신이 경험한 것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심리학에서 밝힌 착시나 착각 현상을 보더라도 감각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과잉 일반화나 감정 추론 같은 오류도 수시로 일어난다.
그런데 자신의 믿음을 확신할 수 있을까.
무작정 믿는 것을 맹신이라 한다.
맹신은 근거가 없다.
근거가 없기에 그 믿음이 오류인지 사실인지 밝힐 수도 없다.
아니, 밝혀지더라도 맹신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사이비 교주를 맹목으로 따르는 맹신자들을 보라.
근거가 있는 확신과 무작정 믿는 맹신을 무엇으로 구분할까.
이치를 헤아리는 이성이 필요하다.
이치에 맞는 확신을 가지면 소신껏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그런데 맹신에 빠지면 노예가 되고 만다.
자기 삶을 맹신에 도둑맞는 셈이다.
자신의 믿음을 돌아보자.
먼저 그 믿음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라.
다른 입장에서 봐도 그 믿음에 합리성이 있다면 그대로 믿어도 좋다.
믿음은 유연하게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자칫 맹신이 되어 자신의 삶이 이용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처작주! 어디에 있든 주인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