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염치
"아빠는 재정적으로 해주는 것 말고는 손버릇 나쁘고 입도 거칠고 사과할 줄 모릅니다."
고3 학생의 고민이다.
부모의 몰염치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대물림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2월 5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아빠는 술을 자주 마신다.
잘못을 하고도 전혀 사과할 줄 모른다.
차근차근 얘기해도 무시하고 조롱까지 한다.
심지어 심한 폭력도 행사한다.
사연자는 자신을 평범함 고3 학생이라고 했다.
자신이 아빠를 왜곡해서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냥 불만만 가진 것이 아니라 개선하려고 나름대로 노력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아빠에게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대화를 시도하다가 아빠의 심한 반응에 짜증이 난 순간 일이 벌어졌다.
아빠가 머리를 때리고 가슴을 발로 걷어찬 것이다.
아빠는 평소에도 흥분을 하면 머리를 때린다고 한다.
반성할 줄 모르는 데다가 폭력적이기까지 한 아빠를 어떻게 좋아할 수 있겠는가.
사연자는 대학에 가면 집을 나가 살고 싶다고 했다.
다른 가족들의 반응은 사연에 나와 있지 않다.
부자 사이의 문제가 워낙 도드라지는 모양이다.
과연 사연자가 아빠한테 해볼 수 있는 것이 있기는 할까.
사연을 보면 사연자가 차분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오류가능성도 열어두고 객관적으로 보려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
반면에 사연자의 아빠한테는 성실하고 진지한 모습을 찾기 힘들다.
철없는 아버지와 철든 아들의 부딪힘이 안타깝다.
차라리 아빠한테 시도하는 개선 노력을 그만두면 어떨까.
사연자가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싶다.
다행스럽게도 아빠가 먼저 사연자를 건드리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러니까 사연자가 자신에게 더 집중하면 관계 문제도 저절로 정리될 것이다.

바둑에서는 '어려우면 손을 빼라'라는 격언이 있다.
때로는 무대책이 최선이 되기도 한다.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오히려 자신의 삶에 집중해서 오히려 관계가 개선될 수도 있다.
놓아버리면 오히려 이루게 되는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