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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y 05. 2019

생각과 생각 사이

꿰뚫어 보기

봄과 여름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왼쪽과 오른쪽 사이에는?

무엇과 무엇 사에에는 또 다른 무엇이 있다.

그렇다면 생각과 생각 사이에는 또 다른 생각이?

틈새를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하루 일상을 관찰해 보자.

눈을 뜨고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씻는다.

식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일과를 마치고 쉬다가 잠자리에 든다.


일상 속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할까.

그 생각들은 서로 연결된다.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네'

'일이 풀리지 않아서 소화가 되지 않아'

'마무리를 잘했더니 날아갈 듯 가벼워'


어떤 생각이 일어나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머릿속을 꽉 채우는 것을 '관념의 홍수'라고 한다.

홍수가 일어나면 모든 것이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 간다.

관념의 홍수에 빠지면 여유를 찾을 수 없다.

범람하는 생각이 일상을 휩쓸어 버린다.

소화가 안 되거나 잠을 못 자게 되기도 한다.


생각과 생각이 이어지는 것은 아주 빠르고 강력하다.

'찰나에 구백 생멸'이라 하니, 1초에 약 7만 개의 생각이 이어지는 셈이다.

뇌신경세포들은 이런 방대한 작업을 어렵지 않게 해낸다.

빛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한다.

그래서 놀랍게도 인간은 생각과 생각 사이를 관찰해낼 능력이 있다.


예를 들어서 살펴보자.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친구한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는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약속 시간에서 30분이나 지났다.

다시 연락을 해 보았으니 아예 전화가 꺼져 있다.

순간 화가 난다.


전화를 받지 않다가 아예 전화를 꺼버렸다고 생각이 드니 화가 난 것이다.

친구 전화가 꺼져 있다는 소리를 들은 것과 친구가 나를 피한다는 생각은 바로 연결되는 것일까?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어떤 사정이 있어서 전원을 끈 것인지 아직은 모른다.

그런데 왜 상대가 나를 피한다고 생각할까?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많은 다른 가능성이 있는데도 나름대로 짐작해서 생각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생각과 생각 사이에 있는 수많은 통로 가운데 거의 자동으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는 셈이다.

성격이나 취향, 습성 같은 것들은 이렇게 고정화된 통로들이 모여 형성된다.

다른 가능성들이 무시되고 고정화되는 것이 습성이란 것의 본질이다.

이렇게 습성이 자리 잡으면 생각과 생각이 자동으로 연결되면서 편견에 사로잡히고 만다.


만약 되풀이되는 문제가 있다면 멈추고 살펴보아야 한다.

잘못 연결된 생각이 있는지 잘 살펴보아야 한다.

고정화되었던 잘못된 연결을 끊고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것이 '통찰(꿰뚫어 보기)'이다.

꿰뚫어 보아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순간 풀리지 않던 문제가 풀릴 길이 열린다.



앞 생각과 뒷 생각이 엉터리로 연결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라.

강한 흥분을 일으키는 생각은 보통 엉터리로 연결된 경우이기 십상이다.

극심한 절망을 일으키는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생각과 생각이 이치에 맞고 순조롭게 연결될 때에는 마음이 평온하다.

마음이 흔들릴 때에는 생각과 생각 사이를 눈여겨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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