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착
"삶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의 사라짐이다."
원효대사의 말씀이라 한다.
뜬구름의 일어남과 사라짐에 커다란 의미가 있을까?
무엇이 괴롭고 무엇이 즐거울까.
이 또한 한 조각 뜬구름의 생멸이 아닐까?
"인생은 고해"라고 한다.
사람의 삶이 괴로움의 바다라는 말이다.
삶이 괴로움으로 가득하다면 굳이 살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 어떤 스승은 "삶은 고해가 아니다."라고 하셨다.
삶은 괴로운 것인가, 괴롭지 않은 것인가?
도대체 괴로움은 왜 일어나는가.
괴로움의 일어남과 사라짐을 잘 살펴보아야겠다.
알면 해결할 수 있으니까.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은 나름의 괴로움을 가지고 온다.
막상 상담을 시작해서 하다 보면 무엇 때문에 괴로운지 잘 모르고 있던 경우가 많다.
괴로운 이유도 다 제각각이다.
그런데 괴로움에는 공통점이 있다.
집착하면 괴롭다.
병이 나서 몸이 아플 때 건강에 집착하면 괴롭다.
늙어갈 때 젊음에 집착하면 괴롭다.
주어진 현실과 다른 무엇인가를 집착하면 괴로움이 생긴다.
그야말로 한 조각 뜬구름처럼 '집착'이 괴로움을 만든다.
집착과 괴로움이 정확하게 일치한다.
많이 집착하면 많이 괴롭고 조금 집착하면 조금 괴롭다.
집착하지 않으면 괴로움도 사라진다.
그렇다면 주어진 현실에 만족할 뿐 꿈을 버려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꿈을 이루려 하는 것은 집착이 아니다.
물론 현실화할 수 없는 꿈에 집착하면 괴롭다.
현실에 존재하는 모순이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 진단하고 계획을 세운다.
계획을 세울 때 문제가 해결된 모습을 상상해서 목표로 정한다.
목표와 현실 사이의 거리만큼 힘을 써야 한다.
그래서 목표를 이루면 기쁘다.
참 묘하게도 목표를 정하고 이루려 노력하는 과정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괴로움이 생긴다.
목표에 집착하면 아직 이뤄지지 않은 현실이 괴롭게 다가온다.
목표에 집착하지 않으면 이루어가는 과정에 집중할 수 있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 괴로운 것이 아니라 목표에 집착하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집착을 하면 힘이 들어간다.
힘이 들어가면 긴장이 되고 뻣뻣해진다.
집착을 놓으면 긴장도 풀린다.
힘을 빼서 긴장에서 벗어나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