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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l 02. 2019

보아도 못 보는 이유

부주의맹

보통 있으면 보이고 없으면 보이지 않는다.

있는데 못 볼 때도 있다.

심지어 눈으로 보면서도 보지 못한다.

이를 부주의맹이라 한다.



부주의맹(不注意盲)이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못 보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방 안에 있는 물건들을 다 보지 못한다.

눈으로 보아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그것이 거기에 있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생기곤 한다.


아주 흥미로운 실험 결과가 있다.

농구 경기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한 팀이 몇 번 패스를 성공하는지 세어보라고 한다.

3분가량 그 팀은 약 16회의 패스를 성공한다.

주의를 기울여 본 사람들은 대부분 정확하게 정답을 맞힌다.


사실 이 동영상에서 고릴라가 한 마리 지나가는 부분이 있다.

그것도 구석이 아닌 코트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그런데 아무도 그 고릴라를 보지 못한다.

부주의맹이다.


이번에는 같은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코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라고 한다.

어렵지 않게 고릴라를 발견한다.

아까 보이지 않았던 것을 신기해하면서 말이다.

자극을 알아차리는 감각 작용은 단순하지 않다.


눈이나 귀 같은 감각기관은 형태나 소리 같은 자극 대상의 통로일 뿐이다.

수많은 자극들이 쏟아져 들어오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지각하지 못한다.

만약 모든 자극에 다 반응한다면 뇌는 과부하가 걸려 폭발하고 말 것이다.

관심을 가진 대상만 처리가 된다.


입력은 되었으나 처리되지 않은 자극은 어떻게 될까?

잠재의식에 저장된다.

보통 기억을 못 하지만 최면을 걸어 유도해보면 저장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수많은 자극을 효율성 있게 처리하기 위해 뇌가 쓰는 전략이다.


같은 경험을 해도 기억을 잘하는 사람과 못 하는 사람이 나뉜다.

기억을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 주의를 기울인 것이고, 못 하는 사람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의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

만약 주의를 온전하게 의식으로 통제할 수 있다면 훨씬 더 자유로워질 것이다.


마음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그냥 습관대로 마음이 움직인다.

습관에 지배되는 만큼 의지가 통하지 않는다.

'삶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하고 탄식하게 되는 것이다.

부주의맹이 일상을 지배하는 현상이다.



감각과 의식이 건강하게 작동할 때 생기가 돈다.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넋 놓고 바라보며 습관에 끌려가면 부주의맹이 만연하게 된다.

알고 살아야 자유로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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