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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l 14. 2019

운동하고 목욕하고 밥 먹고

소확행

6학년 때 큰 결심을 했다.

체력단련!

내가 운동을 못한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독을 품었다.

중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독하게 뛰었다.



동네 아이들을 데리고 뒷산에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땀을 흘렸다.

뛰다가 지치면 더 독한 마음을 내어서 죽어라 뛰었다.

6년간 내공이 쌓여서 몸이 튼튼해졌다.

주로 축구를 했다.


대학에 들어가서 교내 마라톤에서 준우승을 했다.

왜 체육과를 가지 않았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몸이 아파도 축구공만 보면 눈이 번쩍 띄었다.

공을 찰 때 행복했다.


23살에 찾아온 좌골신경통은 재앙이었다.

덕분에 겸손을 배우긴 했지만 몸이 아프니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없었다.

몇 년에 한 번 꼴로 허리가 심하게 아파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축구와 멀어지고 말았다.


몇 년 동안 치료를 착실히 받았다.

이제는 운동을 해도 졸을 것 같다는 소견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 학군 동기가 축구단을 소개해주었다.

솔깃했다.


걱정이 되기는 했지만 다시 마음을 먹었다.

당장 축구단에 가입하고 설레며 기다리다 드디어 공을 찼다.

2시간 가까이 뛰었는데 다행히도 큰 문제는 없었다.

운동을 마치고 목욕을 하러 갔다.


작은 목욕탕을 전세 낸 것처럼 단원들이 가득 채웠다.

시원하게 목욕을 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음식을 나누면서 유쾌한 담소를 함께 했다.

처음 보는 친구들이 스스럼없이 반겨준다.


축구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낯섦을 날려버린다.

마치 오랫동안 친교를 쌓아온 사이처럼 허물없이 어울린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 소확행!

마음이 채워진다.



잃었던 즐거움을 되찾은 느낌이다.

원 없이 뛰고 즐기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함께 한다는 느낌은 덤이다.

인생의 즐거움은 어디에서든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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