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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l 23. 2019

"뱀아 넌 뭘 먹고 사~~니?"

입 큰 개구리

입이 큰 개구리가 큰 입을 자랑하고 다녔다.

만나는 동물마다 "넌 뭘 먹고 사~니?"라고 물으며 한껏 입을 벌렸다.

대부분의 동물들이 같잖아하면서 피했는데, 개구리는 자기가 이겼다고 생각하며 의기양양했다.

드디어 뱀을 만났다.

"뱀아 뱀아 넌 뭘 먹고 사~~니?"

뱀이 빙긋 웃으며 큰 입을 쩍 벌리면서 대답했다.

"난 입 큰 개구리를 먹고 사알지"

개구리는 겁을 먹고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

"고로니?"



아주 오래전에 유행하던 유머이다.

입 큰 개구리는 뱀한테 잡아 먹혔을까?

이 유머가 유행하던 시절은 5 공화국 서슬이 시퍼렀던 때였다.

당시에 허무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들이 유행했다.


자신의 최고 자랑거리인 큰 입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상황.

여기에 개구리의 비극이 있다.

그런데 그전에 입이 크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마음은 어떨까?

오죽 자랑할 것이 없으면 그랬을까.


입이 크다고 자랑하고 싶어 하는 개구리를 유치하다고 비웃을 수도 있다.

괜히 유치한 치기를 부리다가 임자를 만나서 골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랬다.

입큰 개구리는 당시 민중의 모습이었다.


자유롭게 무엇을 할 수 없는 시절에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한없이 위축되어 쪼그라든 마음에 무엇이 담길 수 있었을까.

아주 사소하고 유치한 것이라도 자랑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시대를 풍자하던 유머는 왠지 모르게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다.

민주화된 자유로운 세상에서는 이런 유머가 먹히지 않는다.

웃음이나 울음 코드는 시대를 탄다.

사람들은 웃고 울리는 것은 단순한 재밋거리가 아니다.


당신이 입 큰 개구리를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

"유치하게 굴지 마라." (경고)

"넌 입이 커서 좋겠다." (조롱)

"철 좀 들어라." (충고)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니, 정신 차려." (직면)
"입 큰 게 자랑이니?" (지적)

"큰 입만큼 마음도 크면 좋겠지." (조언)

"넌 그것 말고도 장점이 많아." (격려)



같은 것을 다른 시각으로 본다.

기왕이면 기분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아주 작은 장점이라도 살리면 기분이 좋아진다.

"개구리야, 누구 입이 더 큰 지 재 보자."라는 여유는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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