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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Aug 21. 2019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겸손의 미덕

벼이삭은 알이 차면서 굽어진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모습으로 보인다.

이 모습을 빗대어 겸손하라고 한다.

멋들어진 표현이다.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를 겸손하다고 한다.

약하고 소심해서 두려움이 많아도 자신을 내세우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남을 존중하지도 않는다.

겸손함과 소심함은 다르다.


겸손에는 힘이 있다.

나약함에는 힘이 없다.

겸손은 자발적이다.

나약함은 자발적이지 않다.


벼이삭으로 돌아가 보자.

꼿꼿하게 서 있는 이삭은 아직 속이 절 찼거나 비어 있는 껍질이다.

고개를 숙이듯 굽어 있는 이삭은 알이 꽉 차서 무겁다.

그런데 병들어서 죽어가는 이삭도 꼿꼿하지는 않다.


병들어 약해진 이삭이 나약함이라면 속이 차서 굽은 벼이삭이 겸손함이다.

내면이 충실해서 굳이 자기를 내세우지 않아도 되는 것이 겸손의 미덕이다.

왜 자기를 내세우려 하는가.

속이 허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내세우고 남을 깎아내리려 하는 것은 내면이 빈약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을 수용하고 인정하지 못하기에 남들의 인정을 구걸한다.

잘 익은 내면을 지닌 사람은 굳이 남들한테 인정을 구할 필요도 없다.

그래서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낮춘다.


자존감이 건강하게 강한 사람은 칭찬이나 비난에 흔들리지 않는다.

자존감이 약할수록 칭찬에 들뜨고 비난에 가라앉는다.

성실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은 진실을 중시한다.

자신을 발전시키려는 향상심을 갖고 있기에 자만하지 않는다.


자신을 낮추며 남을 존중하는 겸손은 향상심에서 나온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대단하다고 여기면 자랑하고 싶어 진다.

하지만 뜻을 크게 품은 사람은 자신의 성취에 자만할 수 없다.

더 노력해야 함을 알기에 기회만 되면 배우려 한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모르는 것도 많아진다.

아는 것이 없을수록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정말 많이 아는 사람일수록 더 알고 싶은 것이 많다.

아는 체 뽐내는 이의 지식은 허접하기 십상이다.



겸손은 나약함이나 가식이 아니다.

커다란 우주에서 어떤 존재가 자신을 뽐낼 수 있을까.

마음이 작을수록 자신을 내세우려 한다.

겸손할 때 비로소 마음이 깊고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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