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Aug 25. 2019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관용의 미덕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

'시비를 잘 가린다.'

'시비에 빠진다.'

이 가운데 어떤 태도가 좋을까?



시비(是非)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다.

'시비를 건다.'는 말은 싸우려고 트집을 잡는 행위를 뜻한다.

사실 옳다거나 그르다는 것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기에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시비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다.


주차 문제로 두 사람이 시비가 붙었다.

한 사람은 5분 정도 주차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한 시간이 넘었다고 주장한다.

같은 시간이더라도 마음 상태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기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멱살을 잡는다.


시비가 붙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보통 이런 싸움은 시비가 잘 가려지지 않는다.

각자 입장이 달라서 합의점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비를 가리려 할수록 더욱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만다.


가까운 사이에서 다툼이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도 있다.

별로 심각하지 않다는 뜻도 되지만 뒤집어 보면 안 싸워도 되는데 싸운다는 뜻도 된다.

가만히 살펴보면 시비를 가리려 하는 것이 싸움이 된다.


아주 어린아이는 자기가 보는 세상이 전부인 줄 안다.

맞은편에서 보는 사람도 자기와 보는 것이 같다고 알기 때문에 자기가 왼쪽이라 하는 것을 그 사람이 오른쪽이라 하면 이해할 수 없다.

상대 편에서는 나와 왼쪽 오른쪽이 서로 반대가 되는 줄 모르는 것이다.

미성숙한 시각이다.


자기와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타인의 시각을 인정하는 것이 관용이다.

다름을 그대로 이해하고 인정하면서 존중하는 성숙한 태도이다.

관용은 맞서거나 다투는 시비를 온전하게 해결하는 덕성이다.

왜 다른지 아니까 시비를 붙을 이유가 없다.


시비에 빠지지 않고 시비를 잘 가릴 수 있으려면 전체를 조망하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코끼리를 보지 못 하고 더듬어서 아는 수준에서는 시비에 휘말리기 쉽다.

한눈에 코끼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시비에 휘말리지 않는다.

여러 주장에 어디에서 나오는지 아니까 시비를 가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시비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옳고 그름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다름을 이해하고 인정하기에 옳고 그름을 가릴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안목이 없이 시비를 가리지 않는 것은 그냥 무관심이다.

시비를 뛰어넘는 안목을 가졌을 때 서로 다른 것을 그대로 품을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잡초 뽑기와 잡념 다스리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