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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Sep 28. 2019

기억을 정리하는 방법

바라보기

'기억 지우기'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려고 기억을 지운단다.

기억을 지우면 정리가 될까?

동의할 수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한테 흔히 하는 말이다.

슬픔에서 벗어나 힘을 내라는 말이지만 그 효과는 어떨까.

자칫 상처가 더 깊어지기 쉽다.


어렵게 얻은 자식이 생후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아기 엄마는 커다란 슬픔에 빠졌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죽은 아기는 잊고 다시 힘을 내라고 했다.

"아직 젊으니까 또 나으면 되잖아~" 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잊히지 않았다.

너무 괴로워 정신과를 찾았다.

죽은 아기를 잊고 일상을 회복하라는 조언들에 지쳐갈 무렵 이렇게 말하는 의사를 만났다.

"아기 이름이 무엇이었나요?"


모두가 괴로운 기억을 지우라고 할 때 이 의사는 오히려 기억을 일깨웠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이 말이 큰 위로가 되었단다.

죽은 아기의 존재를 인정해준 마음씀이 위로가 된 것이다.

비로고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단다.


흔히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과거가 있다고 한다.

고통스럽거나 부끄러웠던 일을 지우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기억을 지우려 할수록 도리어 기억이 더 새겨지기 때문이다.


기억을 말끔하게 정리하는 요령이 있을까.

잊고 싶은 기억과 이별하는 방법은?

기억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는 어리석다.

잊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것이 묘수다.


기억을 지우려 하기보다 기억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미처 꽃 피우지 못하고 일찍 생을 마감한 아기를 잊어버리면 어떻게 되는가.

마음에 깊은 상처가 남는데 그것을 없는 척하는 셈이다.

그대로 인정하고 추억으로 삼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잠깐이나마 기쁨을 주고 간 아이로 기억한다면?

기간이 짧았던 만큼 그 아이가 소중하게 남는다.

어떤 대상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은 그 자체로 힘이 된다.

아픔이나 슬픔을 받아들이며 일상을 살아가면 삶이 깊어진다.



기억을 지우려 하지 말고 그대로 바라본다.

기억 자체가 삶에 역사로 남는다.

아픈 경험을 소화하면 마음이 튼실하게 영근다.

기억도 그대로 받아들이며 바라보면 삶이 생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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