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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Sep 30. 2019

사람 사이에 꼭 지켜야 할 것

예의의 미덕

극기복례(極己復禮)

자기를 이겨 예로 돌아간다.

예의를 갖추려면 자기를 이겨야 한다.

자기의 무엇을 이긴다는 말일까.



주변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면 무례하다고 한다.

무례란 예의가 없다는 말이다.

예의를 갖추지 않을 때 긴장이나 갈등이 생기곤 한다.

예의는 사람 사이에서 꼭 지켜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의를 갖춘다.' 하면 공손한 태도부터 떠오른다.

나이가 많거나 권위가 있는 사람한테 고개를 숙이는 모습 말이다.

그래서인지 왠지 예의와 자유는 서로 어색한 관계인 듯 느껴진다.

예의를 지키는 것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느낌은 예의의 본뜻을 오해하는데서 생긴다.

예의는 수직적인 질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억지로 참아야 지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가장 자연스러운 태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이 있다.

남들이 있건 말건 큰 소리로 말할 자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까.

다른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려 목소리를 낮추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렇게 보면 예의는 전체 상황을 볼 줄 아는 안목과 관련이 있다.

자기밖에 모르고 주변 환경을 무시하면 자기도 모르게 무례해질 위험이 있다.

자신이 놓여 있는 상황을 파악하고 알맞게 자신을 조절할 줄 아는 것이 예의다.

전체 맥락 속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예의를 지키는 것이 된다.


심하게 흥분하거나 어떤 생각에 빠져서 상황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실수를 하게 된다.

자기를 이겨 예로 돌아간다고 할 때 이겨야 할 자기는 '맥락을 잃은 자기'다.

욕심이나 충동, 불안, 두려움, 흥분 따위에 휩싸인 자기를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예로 돌아간 자기는 자연스럽고 평화롭다.

내면이 안정되어 있으며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유연하고 친절하다.

억지로 자기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다.

예의는 가장 자연스러워진 건강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일방으로 강요되는 예의는 예의가 아니다.

순종을 강요하는 자에게 예의를 갖출 필요는 없다.

스스로 예의를 지키는 사람한테 마음이 열리기 마련이다.

자기를 이긴다는 것은 자기를 자연스럽게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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