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Nov 22. 2019

부처님 손바닥의 손오공

우물 밖 세상

"날뛰어보았자 부처님 손바닥 안이었다."

손오공은 온갖 도술과 술법을 익혀 두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뛰어난 도술로도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행산에 갇히고 만다.



서유기의 주인공은 손오공이다.

불경을 구하러 가는 삼장법사를 호위한다.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요괴들을 물리치며 인도로 향한다.

이 과정이 손오공한테는 속죄이자 다시 태어나는 일이었다.


어렸을 때 읽었던 손오공 이야기는 꾸며낸 이야기 같지 않았다.

내가 손오공이 되어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특히 하늘나라를 뒤엎어버리고 부처님한테 잡히는 장면이 가슴에 깊이 와 닿았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어도 결국 부처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했다.


손오공이 타는 구름 근두운은 순식간에 십만 팔 천리를 간다.

근두운을 타고 두 번이나 위로 솟구쳐서 다섯 개의 거대한 봉우리를 만난다.

자랑스럽게 표식을 남기고 돌아와 보니 그것은 부처님의 손가락이었다.

항복을 한 손오공은 오행산에 갇혀 오백 년을 보낸다.


어릴 때는 이 이야기가 뜻하는 바를 잘 몰랐다.

그저 '부처님의 능력은 한이 없구나.'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의 이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손오공 이야기의 상징성을 알게 되었다.

손오공은 그냥 우물 안 개구리와 같은 철부지였다.


둘레가 4만 킬로미터나 되는 지구는 얼마나 큰가.

지구를 한 사람의 몸 크기로 보면 한 사람의 크기는 모공 속 작은 세균만 하다고 한다.

그런데 어마어마하게 큰 지구도 태양계 전체로 보면 작은 티끌일 뿐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태양계도 은하계에서 보면 또한 작은 티끌이라는 사실이다.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아무리 멀리 달아난 들 태양계나 벗어날 수 있을까.

자신이 보고 들은 대로 나름의 우물을 만든다.

우물이 온 세상이라고 착각하고 우쭐해한다.

우물 밖 진짜 세상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오감을 통해서 만나는 세상은 얼마나 될까.

손오공만 어리석은 것은 아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아닐까.

"뭣이 중헌디?"


오만이 꺾인 손오공은 자유를 얻기 위해 삼장법사를 돕는다.

탐욕과 공격성을 상징하는 온갖 요괴를 물리치고 목적을 이룬다.

비로소 우물 밖으로 나온 것이다.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손오공이 제멋대로 하려 할 때 가해지는 삼장법사의 금제.

고통 속에서 손오공은 정신을 차리게 된다.

욕망과 두려움 속에서 날뛰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실을 본다.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보이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이 낯설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