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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17. 2019

좋은 오빠로는 괜찮다는 걸까요

밀당

"고백했다가 퇴짜 맞았는데 왜 제 계정에 들어와 좋아요를 남길까요?"

한 남자의 사연이다.

분명하게 결별한 줄 알았는데 헷갈린다.

상대의 의도가 궁금하다.



8년간 알고 지내던 여자한테 사귀자고 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그냥 친한 오빠일 뿐이지 연인이 될 생각은 없단다.

이렇게 나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도 한다.

그래서 "잘 지내라"며 관계를 끊었다.


그런데 2주쯤 지나서 사연자의 SNS에 써놓은 글에 여자의 '좋아요'가 달렸다.

그 이후에도 계속 들어와서 글을 본다.

부담스럽다고 해서 쿨하게 물러나 주었는데 혼란스럽다.

이 여자의 심리가 궁금하다.


8년간 선물도 많이 주었다.

직장 문제로 멀리 떨어져서 어영부영하다가 고백할 시간을 놓쳤다.

먼저 여자가 마음을 접은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을 했으면 안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고백했다가 퇴짜를 맞는 일은 자주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연인으로 말고 그냥 친한 오빠-동생으로 지내자고 합의하기도 한다.

그런데 사연자는 그렇게 애매한 관계는 싫어서 결단을 내렸다.

연인이 안될 것이라면 더 만날 이유가 없다고 결정한 것이다.


여자의 입장은 어떨까.

선물도 사주고 잘해주던 아는 오빠가 사귀자고 한다.

친한 오빠로는 괜찮지만 연인이 되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래서 뜻을 밝혔더니 아예 관계를 끊어버렸다.


8년간 잘해주던 남자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그의 계정으로 들어가 글을 읽고 '좋아요'를 누른다.

아는 사람의 글에 얼마든지 동감을 표현할 수 있지 않은가.

별다른 의도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행동이다.


이렇듯 두 사람 사이에 생각 차이가 있다.

남녀 사이에 묘한 감정의 줄다리기가 벌어질 수 있다.

데이트 폭력이라는 것도 과격한 형태의 줄다리기라 하겠다.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참 묘하다.


공연히 희망고문을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데 분명히 표현하지 않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면 어떤가.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 문제는 감정이 두부 자르듯 명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성급한 판단으로 혼란에 빠지는 것도 어리석다.

표현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서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도 못할 일이다.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자기 마음 성찰이다.

시비를 가리며 흥분한다고 좋을 것은 없다.



여유가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게끔 빈자리를 마음에 만들어 두면 좋다.

모호함을 견뎌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남의 의도를 살피려 하기보다 자기 마음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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