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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Dec 23. 2019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어요 1

현상 편

"마음의 소리를 듣고 싶어요."

어느새 나이 오십이 넘어버린 독신여성의 사연이다.

메일로 상담을 하고 나서 방문을 했다.

차분하게 상담이 진행되었다.

(12월 23일 참나원 방송)



참나원 방송은 실제 상담을 녹음해서 만든다.

내담자가 찾아와 상담을 한다.

시즌 7에 들어와서 방문 상담이 거의 없었다.

정말 오랜만에 내담자가 방문했다.


메일로 사연을 보냈을 때는 미처 찾아 올 용기가 없었다.

방송을 듣고 직장을 하루 쉬면서까지 상담하러 방문을 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자신의 인생을 찾고 싶은 마음이 강렬했다.


내담자는 가난한 집에서 맏딸로 태어났다.

어려워도 도움을 청할 어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런데 주변에서는 "알아서 잘한다."는 소리를 한다.

그 소리가 듣기 싫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사로 전학을 했다.

전학을 간 학교에서 멍하게 있을 때 선생님이 막대기로 때렸다.

이후로도 쭉 낯을 많이 가렸다.

늘 마음이 무거웠다.


혼자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이 항상 자리를 잡고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자퇴를 해버렸다.

지도교수가 말렸으나 듣지 않았다.

휴학을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라 생각되어서 아예 그만둔 것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머니한테는 다른 학교 가려고 한다는 핑계를 대었다.

빚을 내면서까지 보낸 대학이라 어머니는 황당해하셨다.

회사를 다니다가 몸이 아파 그만두고 어머니 일을 도왔다.


아버지는 경제적 능력이 없었다.

오히려 빚을 져서 어머니가 가게를 줄여야 했다.

아버지는 방탕하게 사셨던 것 같다.

확인을 해보지는 않았다.


오랫동안 가족보다 더 마음을 준 사람과 헤어지고 난 다음에 사연을 보냈다.

헤어질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이 '버려졌다'는 것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 어머니가 위기를 느끼셨는지 자주 연락을 하신다.

어머니한테 농담처럼 "엄마도 날 버릴 거야?"라고 했다.


어머니는 "어떻게 자식을 버리냐?'라고 하셨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계속 이렇게 힘들게 살기는 싫다.

왜 계속 힘든지 알고 싶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살지 않았다.

평생 긴장 속에서 살았다.

밝고 따뜻한 삶을 지향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불안하고 힘든지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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