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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09. 2020

제가 이상한 건가요?

립서비스

"말 시켜놓고 안 듣는 친구한테 빡쳤어요."

고1 여학생 사연이다.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 친구한테 화가 난다.

화나는 자신이 이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1월 9일 참나원 방송)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생긴 일이다.

귀담아듣고 있는데 친구가 이야기를 꺼내서 내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친구가 딴청을 피우더니 영혼 없는 리액션을 한다.

순간 배신감에 화가 났다.


내가 말하는데 친구는 다른 사람들과 말을 주고받았다.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이야기를 마치자 관심을 보이는 척한다.

친구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는데 "왜 그러냐? 안색이 안 좋다."란다.

'눈치는 밥 말아먹었나' 싶다.


입만 벌리며 누래를 부르는 척하는 것을 립싱크라 한다.

이와 비슷하게 '립서비스'란 말이 있다.

마음을 담지 않고 입으로만 하는 말이다.

진정성이 없다.


마음이 담기지 않은 말은 소음일 뿐이다.

그래서 립서비스는 사람을 피곤하게 하기 쉽다.

심하면 소음 공해가 된다.

이 사연자의 경우는 어떨까.


친구의 고민을 열심히 들어주었다.

그러다 친구가 물어봐서 사연자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조금 심각한 이야기가 나왔다.

친구가 딴청을 부렸고 기분이 나빠졌다.


문제는 그다음에 벌어졌다.

친구가 걱정해주는 척(?)하는 것이다.

친구의 눈치 없음에 화가 심하게 났다.

동시에 이렇게 화가 나는 자신이 이상한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나름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데 친구가 너무 가볍게 처신해서 황당했을 것이다.

친구 때문에 기분이 나빠졌는데 당사자는 눈치도 없이 립서비스를 한다.

당장 관계를 끊어버리고 싶어 졌다.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이 불편할 때 밖에서 원인을 찾으면 내 마음을 내가 어쩌지 못하게 된다.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먼저 자신의 불편함에 주목해야 마땅하다.

자책을 하라는 말은 물론 아니다.


사연자는 친구의 립서비스에 화가 났다.

왜?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다.

친구가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모순을 처리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한 뼘 더 성숙하는 것은 덤이다.

다행하게도 사연자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사연을 보내 의견을 구했다.



자기감정은 자기 몫이다.

자신을 탓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안목을 키워야 한다.

마음이 일아날 때마다 성찰해서 성장의 계기로 삼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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