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번뇌가 곧 깨달음이라

극단 넘기

by 방기연

"번뇌 즉 보리- 번뇌가 곧 깨달음."

번뇌와 깨달음은 서로 대비된다.

그런데 그 둘이 같다고 한다.

무슨 뜻일까.



sticker sticker

남자와 여자.

낮과 밤.

선과 악.

서로 대비되는 이들의 공통점은?


남자와 여자는 사람이다.

낮과 밤은 하루의 일부분이다.

선과 악은 가치판단의 기준이다.

결국 이들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극단은 서로 통한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 즐거움과 괴로움도 그렇다.

한 가지 차원의 양쪽 기준점일 뿐이다.

그래서 이들은 결국 하나다.


번뇌는 괴롭고도 괴로운 상태를 뜻한다.

깨달음은 자유롭고 시원스럽다.

번뇌는 어둡고 깨달음은 밝다.

그런데 이 둘이 하나다.


괴로워서 상담실을 찾는 사람은 덕분에 새로운 길을 찾는다.

번뇌를 방치한 사람은 계속 번뇌 속에서 산다.

새로운 길을 찾은 사람과 번뇌 속에 있는 사람은 다르다.

한 사람은 즐겁고 한 사람은 괴롭다.


번뇌가 곧 깨달음이니 괴롭게 살아도 될까.

즐겁게 살든 괴롭게 살든 마찬가지이니 아무렇게나 살까.

물론 그리 선택할 수도 있다.

선택은 자유다.


번뇌가 곧 깨달음이라는 말은 번뇌와 깨달음이 같다는 소리가 아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물이 얼어 얼음이 된다.

얼음은 물이 언 것이므로 '얼음이 곧 물이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얼음과 물이 같은가?

그냥 성분이 같다는 것이지 둘의 상태는 다르다.

얼음을 바로 물처럼 쓸 수는 없지 않은가.

얼음이 녹아야 물로 쓸 수 있다.


번뇌가 깨달음이라는 말은 번뇌를 떠나 깨달음이 따로 없다는 말이다.

괴로움을 느끼는 것은 마음이기에 마음을 떠나 깨달음을 찾을 수 없다.

꼬인 것을 풀면 순조롭다.

꼬이면 번뇌가 되고 풀면 깨달음이다.



sticker sticker

괴로움을 떠나 별도로 깨달음을 구할 수 없다.

넘어진 그 자리를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법이다.

괴롭다면 괴로움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괴로움을 인정할 때 해결의 길도 열린다.



br_bo.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