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별리고
"15년 정든 집을 떠나려니 눈물이 나네요."
더 나은 집을 원해왔는데 막상 이사를 가게 되니 만감이 교차한다.
사연자는 자신의 슬픔이 이해되지 않는다.
강한 애착이 없어도 이별은 슬픈 것일까.
(2월 17일 참나원 방송)

사연자는 낡은 집이 불만이었다.
바퀴벌레도 많았고 수리하고 보완할 곳도 많았다.
더 쾌적한 공간을 꿈꾸며 살았다.
그런데 이사를 가게 되었다.
집주인 자녀가 입주하게 되었단다.
흔히 있는 일이다.
예정에 없던 이사를 하게 되면서 뜻밖의 감정을 만난다.
강한 애착이 없었는데도 슬픔이 올라온다.
헤어질 때 마음은 어떤가.
좋은 대상과 헤어질 때 아쉬움이 있다.
싫은 대상과 헤어지면 속이 시원하다.
그런데 유난히 헤어짐에 아쉬움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물건이든 사람이든 기억이든 하나도 버리지 않으려 한다.
버리면 허전하다.
그래서 다 가지고 있으려 한다.
정든 대상과 떨어져야 하는 것은 차라리 고통이다.
애착을 가진 대상과 떨어질 때 슬픈 것은 당연해 보인다.
별 애착을 가지지 않은 대상과 떨어질 때 슬프다면?
흔히 미운 정이 들었다고 생각한다.
미운데 왜 정이 들까.
좋아하든 싫어하든 마음에 새겨진다.
마음에 새겨진 것은 감정을 일으킨다.
싫은 감정은 괴롭다.
그래서 미운 대상이라 하더라도 정이 들 수 있다.
힘들거나 괴로운 기억을 그대로 유지하지 않는다.
고생한 과거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미화하곤 한다.
미운 정이 고운 정보다 더 끈끈하다.
유지하느라 더 심력을 소모하기 때문이다.
불평불만이 많았던 집을 떠나는 슬픔이 강한 이유도 그렇다.
15년간 집에 마음을 썼던 만큼 아쉬움도 크다.
싫은 감정일수록 마음을 더 써야 했기에 미련도 더 많이 남는다.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좋고 싫고를 떠나 마음에 새겨진 깊이가 중요하다.
깊이 새겨진 것은 떨쳐내기 어렵다.
집착이 강하면 마음도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밝고 가벼우려면 잘 비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