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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생들 존칭 쓰기가 어렵네요

성차별의 흔적

by 방기연

"초딩, 고딩인 시동생들한테 존칭을 쓰라고 하는데 영 내키지 않아요."

결혼 2년 차에 접어든 한 주부의 하소연이다.

편한 호칭을 쓰고 싶은데 시댁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서열로 보아도 아래인 사람들한테 극존칭을 써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7월 2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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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차가 많이 나는 시동생들한테 극존칭을 써야 할까?

시부모님이 극존칭을 쓰라고 강요하신다.

화목을 중시하는 집안이라 주 3회 이상 보게 된다.

사연자는 존칭이 입에 붙지 않는다.


남자들은 처제나 처형이라고 쉽게 부른다.

그런데 왜 여자들은 아랫사람한테도 존칭을 써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다.

존칭을 쓸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앞으로도 계속 참으며 존칭을 써야 할지 고민된다.


사연자의 갈등을 두 가지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하나는 전통이라는 관습이고 다른 하나는 성차별이다.

현대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도 케케묵은 질서는 남아 있다.


우리 윗 세대는 '체면'을 중시했다.

체면을 깎이는 행동을 부끄럽게 여겼다.

양반답게 체면을 차리는 것이 품격을 지키는 행위라 믿었다.

체면을 차리지 못하면 천하다고 경멸했다.


그래서 가정에 충실한 가장을 비웃기도 했다.

아내한테 자상한 남편을 '남자 망신시키는 놈'이라 비난했다.

자기 식구를 위하고 감싸면 '팔불출'이라 비웃었다.

제 식구보다 손님이나 남들한테 더 잘해야 체면을 세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관습은 예로부터 내려온 전통이 아니다.

구한말과 일제시대를 거치며 왜곡된 관습일 뿐이다.

가부장적인 권위의식, 상명하복, 어른한테 무조건 순종하는 것...

이들은 비정상적인 지배구조에서 나온 악습일 뿐이다.


사연자의 문제의식은 이런 점에서 보았을 때 일리가 있다.

해방은 되었지만 왜곡된 지배구조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일방적인 수직문화는 차별을 바탕으로 한다.

차별은 악이다.


자기를 낮추고 상대를 높이는 것이 아름다운가.

자발적으로 한다고 해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하물며 강요된다면 어떤가.

순종이나 겸손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일 뿐이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다.

차별의식은 갈등의 원인이다.

서로 존중할 줄 알아야 살기 좋은 세상이 된다.

어떤 이유로든 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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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따르고 있는 관습을 돌아보자.

혹 빛바랜 전통을 따르느라 완고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용기를 내자.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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