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 고치기
"한창 공부해야 할 때인데 부부싸움 때문에 집중이 안 됩니다."
중3 남학생의 하소연이다.
어릴 때부터 부부싸움이 계속되었다.
누나와 말씀을 드려봐도 변화가 없다.
(8월 1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아빠가 술을 드시고 들어오는 날이면 부부싸움이 벌어진다.
적게는 일주일에 한 번 많게는 서너 번 일어나는 일이다.
고함지르고 물건 던지고 하지만 때리지는 않는다.
사연자는 겁나고 위축된다.
사연자는 중3이고 누나는 고2라서 공부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부부싸움이 자꾸 신경 쓰여서 잘 되지 않는다.
부부싸움을 그만두게 할 좋은 방법을 알고 싶다.
자녀로서 부모의 부부싸움을 끝내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
이 사연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이 두 가지 있다.
아빠가 술을 마신 날에 싸움이 벌어진다는 점.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지만 때리지는 않는다는 점.
부부 사이가 심하게 적대적이지는 않을 것이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마음이 여린 사람은 술의 힘을 빌려 속을 털어놓곤 한다.
평소에는 얌전하고 모범적이다.
불만이나 힘든 점은 눌러두었다가 취했을 때 폭발한다.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
부부싸움을 하는 유형도 사람마다 다르다.
이웃이나 남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 있다.
자녀들을 신경 쓰는 사람들도 있다.
그냥 눈에 뵈는 게 없이 감정이 폭발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연자의 부모는 남이나 자녀보다 자신들의 감정에 치중하는 듯 보인다.
사연자의 표현대로 싸울 때 자녀들이 안중에 없는 것 같다.
이런 경우에 자녀로서 부부싸움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두 가지 상반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누나와 합세해서 부부싸움에 함께 참여하는 방법이 있다.
대놓고 중계방송을 하거나 심판을 자처하는 식이다.
부모가 화를 내며 끼어들지 말라고 하면 조건을 걸고 빠진다.
몇 번 이렇게 하면 부부싸움의 양상이 변할 것이다.
다른 방법은 부부싸움이 시작되면 누나와 집을 나와버리는 방법이다.
싸움이 끝나고 연락이 오면 다시 집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자녀가 걱정되어서라도 부모는 싸움을 그만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방법 모두 부모가 자신들의 모습을 자각하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갈등이 있을 때 어떤 대응도 할 수 없다면 절망적이다.
그냥 수동적으로 끌려가면 힘들기만 하다.
스스로 어떤 역할이든 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될 때 힘이 나기 마련이다.

자녀가 어리면 부모의 영향력이 크다.
자녀가 자라면서 부모의 영향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자녀가 부모한테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자녀도 얼마든지 부모한테 영향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