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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이유 없이 우울해요

무의미

by 방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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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한 이유가 없는데 죽고 싶어요."

평범한 19세 청소년의 고민이다.

불만이나 부족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런데 죽고 싶어서 죽을 계획까지 세운다.

(8월 21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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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자는 자신이 우울증이 아닌가 의심한다.

뚜렷한 이유도 없는데 죽고 싶기 때문이다.

사는데 불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말 죽고 싶은 거란다.

재미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이 없다.


정말 이유가 없을까.

그렇지 않다.

분명한 원인에 따른 결과다.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되는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사연자는 자신이 괴로워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딱히 불만스러운 환경이 아니다.

그렇다고 험한 일을 겪지도 않았다.

죽고 싶어 할 만한 원인이 없는 것이다.


사연자가 살피지 못한 것이 있다.

좌절이나 실패 같은 경험은 무엇인가 도모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도모한 것도 없는데 실패나 좌절이 있을 수 있을까.

과연 사연자는 무엇을 도모하는 마음을 내었을까.


딱히 불만을 가질만한 일이 없는데 매사가 귀찮은 이유는 무엇인가.

시도 자체를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에 힘을 쓸 일도 없다.

한마디로 일상에서 전혀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때 의욕이 생긴다.

흥미나 의미가 있을 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무언가 해보고자 하다가 벽에 부딪힐 때 좌절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아예 해보고자 하지 않는다면 좌절하고나 실망할 일도 없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고요함과 평온함을 즐기면 안 될까.

할 일이 너무 많아 여유가 없으면 무사하기를 바라지 않는가.

그런데 막상 무사하면, 곧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왜 귀찮음을 느낄까.

'의미를 찾는 욕구' 때문이다.


평온한 느낌은 존재감을 바탕으로 한다.

존재감이 없으면 마음이 평온할 수 없다.

'내가 사는 이유'가 분명할수록 존재감이 명확해진다.

그냥 아무 일도 없으면 존재감도 느끼기 어렵다.


'내가 사는 이유'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남들을 따라 무난하게 사는 방식으로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사연자는 아직 정하지 못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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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고약한 실패는 시도 자체를 안 하는 것이라 한다.

실패가 두려워 시도하지 않는 것이 최악의 실패라는 말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아무런 보람도 없다.

무의미감 만큼 괴로운 것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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