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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좀 살려주세요

형의 폭력

by 방기연

"형을 보면 죽이고 싶고 죽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형한테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해온 동생의 하소연이다.

사연자는 폭력을 당한 기억으로 괴롭다.

지금은 형이 때리지도 괴롭히지도 않는다.

(8월 25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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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자는 형한테 괴롭힘을 당했다.

수시로 때리고 돈을 빼앗고 괴롭혔다.

부모님은 형의 편을 들었다.

사연자는 기댈 언덕이 없었다.


한 번은 형이 개소리를 내라고 했다.

거부하니까 엎드려뻗치게 했다.

너무 힘들어서 결국은 개소리를 냈고 사과까지 했다.

처음부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았다고 말이다.


형 친구한테 들었던 말도 떠오른다.

형한테 맞은 것을 형 친구가 알고 있길래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았다.

"기분이 안 좋아서 동생이나 패야겠다."고 했단다.

형이 군대를 갔을 때 너무 좋았다.


휴가를 나오면 돈을 쓰고 들어가서 카드빚을 사연자가 갚아야 했다.

하지만 형이 없어서 돈을 갚으면서도 좋았다.

형의 제대에 맞추어 입대를 했다.

그런데 혈압이 높아 진단을 받아야 했다.


형이 범죄를 저질러 2년 동안 교도소에 수감되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혈압이 정상이 되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형이 출감을 했다.

지금은 형의 폭력이 없지만 형만 보면 싫고 죽이고 싶고 죽고 싶다.


형제 사이에 투닥거리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이 사연의 경우는 너무 심해 보인다.

사연자는 지속적인 폭력으로 정신이 아프게 되었다.

과거 기억에 사로잡혀 현재를 제대로 살기 어렵다.


이성적으로 이해한다고 이 증상이 사라지기는 어렵다.

현재 형의 폭력이 없는 것은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는 과거 기억을 다시 살펴보고 재해석을 하면서 치유해야 한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를 보는 현재 마음을 바꿀 수는 있다.

기억을 재해석해서 온전하게 이해하는 방식으로 회복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번 생긴 상처가 어쩔 수 없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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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삶과 마음의 세계는 다를 수 있다.

힘든 일상에서도 괴롭지 않을 수 있다.

반대로 무난한 일상인데 괴로울 수도 있다.

마음 세계는 자신이 온전하게 주인이 될 수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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