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상
"우울증인지 우울감인지 잘 모르겠어요."
31세 여성의 고민이다.
점점 쓸모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것 아닌지 의심되어 사연을 올렸다.
(12월 4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3수를 해서 지방대를 졸업했다.
편입 시험을 준비했으나 떨어졌다.
영어학원에서 아이들 영어를 가르치다가 이상한 원장들을 만나 그만두었다.
일을 그만둔 지 1년가량 되는데 우울감이 심하다.
대학에 들어가서 나름 책을 많이 읽고 자신만의 공책도 만들었다.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며 자신감을 가지기도 했다.
글로 된 지식은 잘 맞출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편입에 실패했다.
집안에서 막내인데 언니들과 다툴 때면 피해의식이 있냐는 소리를 듣는다.
원인모를 감정이 올라와 펑펑 울기도 한다.
그냥 죽고 싶은 마음도 든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정도인지 모르겠다.
참 안타까운 사연이다.
증상이 심각한 것은 아니다.
심리상담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정신과를 떠올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사연자는 자신의 마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거의 모르고 있다.
심리상담은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는 작업이다.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을 객관적으로 보고 조정한다.
마음가짐을 다르게 해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지금 사연자한테 꼭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사연자는 자아상이 심하게 왜곡되어 굳어져 있다.
왜곡된 자아상을 그대로 둔 채 열심히 노력해도 좌절하기 십상이다.
시급하면서도 중요한 일이 자아상을 제대로 수정하는 작업이다.
사연자가 애써 온 것은 사상누각처럼 실효성이 적다.
엉뚱한 곳을 긁어봐야 가려움은 해결되지 않는다.
왜곡된 자아상을 통해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자신을 지잡대 출신의 별 볼 일 없는 무능한 존재로 낙인을 찍은 상태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무리 괜찮다고 자위를 해 보아도 낙인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한다.
사연자는 먼저 자신을 살피고 돌보는 법부터 배우고 익혀야 한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과 행동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스스로 마음을 살피고 돌볼 줄 알게 되었을 때 비로소 왜곡된 자아상을 바꿀 수 있다.
심리상담의 도움을 받으며 이 작업을 한다면 더 확실하고 쉬울 것이다.

새 칠을 하려면 헌 칠은 깔끔하게 벗겨내야 한다.
과거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당연히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현재와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다.
자신을 돌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