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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01. 2019

마음을 가볍게 하기

놓아버림

스승과 제자가 길을 가고 있었다.

홍수로 물이 불어 개울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처녀를 본 스승은 처녀를 업은 채 개울을 건네주었다.

절로 돌아와 제자가 스승한테 질문을 한다.

"왜 출가자의 몸으로 여인의 몸에 손을 대셨습니까?"

스승이 웃으며 대답한다.

"난 그 처자를 개울에 내려놓고 왔거늘, 넌 아직도 데리고 있느냐?"



맑고 밝은 사람이 있다.

그는 마음이 늘 가볍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거운 표정으로 유쾌하게 하루를 산다.

흐리고 어두운 사람이 있다.

그는 마음이 늘 무겁다.

심각하게 찌푸린 표정으로 한숨 속에서 힘겹게 하루를 보낸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까?


자신을 돌아보지 못하고 사회나 타인을 탓하면서 불만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이 자기중심적인지 모른 채 비난하고 탓할 거리를 찾아서 불평을 한다.

어둡고 부정적인 면을 자꾸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흐리고 어두워진다.

자신을 돌아보면서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배우고 받아들일만한 것을 찾아 부지런히 행동한다.

밝고 긍정적인 면을 자꾸 생각하다 보니 마음이 맑고 밝아진다.

두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누구도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기에 시행착오를 한다.

실수나 실패를 했을 때 대처하는 방식에 따라 마음은 무거워지기도 하고 가벼워지기도 한다.

실수나 실패를 알아차렸을 때 과거로 돌아가면 무거워진다.

'또 실수했네. 난 왜 이 모양일까? 역시 난 안되나 봐...' 이런 식으로 자신의 무능이나 잘못을 붙잡고 늘어지니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실수나 실패를 알아차렸을 때 마음을 현재에 두고 미래지향적으로 쓰면 가벼워진다.

'실수했구나. 우선 수습하자. 어떤 부분에서 잘못되었는지 알아서 고치면 다음부터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어.' 이런 식으로 실수를 통해서 배우고 능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으니 의욕이 생기고 가벼워질 수밖에 없다.


마음이 가벼워지려면 놓아버릴 줄 알아야 한다.

놓아버리라고 하면 보통 탐욕이나 집착을 떠올린다.

애착이 가는데 아깝지만 놓아버리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서 놓아버리라는 말에 묘한 저항을 느끼곤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음에 꺼려지는 것들도 붙잡고 있는 경우가 꽤 많다.

놓아버리라는 말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붙들지 말라는 뜻이다.


타인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소소한 계율에 구애되지 않고 업어서 물을 건네 준 스승은 복잡하지 않다.

계율에 매여 무엇이 더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제자는 계율에 얽매여서 마음이 복잡하다.

제자가 스승에게 무거운 마음을 고백하는 순간 스승은 호탕하게 일러준다.

"무엇을 붙잡고 있느냐? 놓아버리면 될 것을!"


실수나 잘못을 깨달았을 때 그것을 가슴 깊이 새기는 것이 좋을까?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마음에 새기더라도 자책하거나 후회하는 근거로 쓰면 나쁘다.

정신을 차리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쓰면 좋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을 붙들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신이 스스로 얽어매지만 않으면 항상 자유로운 것이다.


상담에서 내담자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계속 괴롭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한 채 상담을 받으러 온다.

사회나 타인을 원망하거나 반대로 자책을 하면서 자신을 쥐어박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왜 마음이 복잡하고 무거워지는지 상담으로 깨달아가면서  내담자는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자책하며 무거워지는 길과 분발해서 가벼워지는 길로 갈리는 것이다.

상담자한테 자신의 속을 그대로 털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을 놓고 비우는 연습이 된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상담 장면이 아닌 내담자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자칫 과거 습관으로 돌아가 다시 자책을 하거나 원망으로 빠져 들 위험이 있다.

놓아버림이라는 탁월한 선택을 제대로 연습하고 익혔다면 위험에 빠지지 않을 것이다.

'무엇이 중요한가?' 하는 질문을 늘 하고 있으면 실수할 여지가 줄어든다.

일상에서 실제로 목숨을 걸만큼 중요한 것은 없기 때문에 쉽게 놓을 수 있다.

상담자가 굳이 놓으라고 권할 필요도 없다.



힘주어 붙들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그것은 그만큼 중요한가?

숨을 편안하게 쉬면서 가만히 바라보면 제대로 보인다.

잘 놓아야 필요할 때 잘 잡을 수도 있다.

집착이든 후회이든 놓아버릴 수 있을 때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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