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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06. 2019

집이 불타고 있는데 잠이 웬 말인가

마음 깨우기

집안에 있을 때 집에 불이 났다면 어떡할 것인가?

작은 불이라면 바로 끄려 할 것이고, 큰 불이라면 대피해서 신고할 일이다.

그런데 집에 불이 난 줄도 모르고 잠들어 있다면?

끌 수 있는 작은 불이라도 그냥 두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큰 불이 되고 말 것이다.

빨리 깨어서 불을 끄든지 피해야 안전할 수 있다.



법화경이라는 경전에 '불난 집의 비유'라는 이야기가 있다.

아버지와 아들 삼 형제가 살고 있는 큰 집에서 불이 났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불이 났으니 집 밖으로 피하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들은 노느라 정신이 없어서 밖으로 피하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았다.

이때 아버지는 꾀를 내어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이 문밖에 있다고 소리쳐서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게 한다.

아이들이 나오자 곧 집이 불에 타서 쓰러졌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일반 중생들을 비유한다.

아버지는 물론 부처님이다.

중생들이 위험에 빠져 있으면서도 그 위험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채 정신을 다른 곳에 빼앗기고 있을 때 부처님은 위험을 알려주고 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까지 가르쳐준다.

그런데 욕망과 자기 생각에 빠져 있는 중생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때 부처님은 방편을 써서 중생들을 위험에서 구해낸다.


예를 들어보자.

어렸을 때부터 가난 때문에 고생한 사람이 돈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은 한이 맺혀 있어서 돈을 버느라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게 돈에 집착하다가는 건강도 상하고 인간관계에도 좋지 않다고 주변에서 충고를 해 줘도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

돈을 향한 맹목적인 집착이 불이 되어 이 사람의 인생을 태워버리고 있는 셈이다.


꼭 돈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이 맺혀서 과도한 집착을 하는 것 때문에 삶을 망치는 경우는 쉽게 볼 수 있다.

배우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자녀들한테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부모.

따돌림을 당한 경험으로 마음이 다쳐서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사람.

이별의 아픔이 고통스러워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아예 회피해버리는 사람.

이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속 응어리가 이들의 삶을 태우고 있는데도 이들은 불을 끄려 하거나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불을 끈다고 하는 것은 현재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알아차려서 그만두는 것을 말한다.

왜 돈에 집착하게 되었는지 그 한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면서 지금 자신한테 필요한 것인지 무엇인지 차분하게 생각해 본다.

자기 마음속에 맺혀 있는 한이 어떻게 생겼으며 어떻게 현재 삶을 힘들게 하는지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어리석음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일단 위험에서 벗어난 다음에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행동들을 찾으면 된다.


몸을 편안하게 하고 숨을 고르게 쉬면서 가만히 자신의 마음을 느껴보자.

답답하거나 힘든 부분이 느껴지면 심호흡을 하면서 가만히 달래준다.

마음이 무엇을 꼭 붙들고 있는지 살펴보고 그것이 붙잡을만한 것인지 가만히 판단해 보자.

욕망의 노예가 되어 마음이 정신없이 치달리면 가쁜 숨을 쉬게 된다.

숨을 의도적으로 고르게 쉬면 치달리던 마음을 멈출 수 있다.

그래서 욕망이라는 불에 타지 않고 그 불을 끌 수 있는 것이다.



상담은 내담자가 놓인 상황에서 위험을 발견하고 그 위험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삶을 사는 길을 찾는 행위이다.

좌절 때문에 생긴 상처나 원망이나 미움들이 뜨거운 불길이 되어 내담자의 삶을 고통스럽게 태운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상황을 보고 이치에 맞게 생각함으로써 이 불길을 자각한다.

고통을 일으키는 불길을 잡는 방법을 찾아서 시도하고 위험에서 벗어난다.

일단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면 진정 원하는 삶을 찾아 이루어낼 수 있는 여유를 회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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