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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Mar 20. 2021

저는 사랑받을 자격조차 없어요

관계의 상호성

"저는 사랑을 받는데만 익숙해서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한 대학생 새내기의 고민이다.

처음으로 사귄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

앞으로도 진정한 사랑을 못할 것 같다.

(3월 2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4남매의 막내다.

어려서부터 가족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러다가 여자 친구가 생겼다.

대학에 입학하고 여자 친구와 헤어지게 되었다.


코로나로 만나기 어려워진 터라 연락만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자취생활을 하면서 연락을 빼먹곤 했다.

잠을 자거나 잊어먹거나 다른 사람을 만나느라 소홀했던 것이다.

외국인인 여자 친구가 장문의 사연을 보내왔다.


다시 관심을 보여준다면 사귀겠다는 내용이었다.

사연자는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이기적인 자신이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앞으로도 변할 일이 없을 거라며 이별통보를 했다.


사연자는 자신이 진정한 사랑을 모른다고 했다.

사랑받을 자격도 없다고 비난했다.

받기만 해서 줄 줄 모르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잘못된 생각이다.


사랑을 받는다거나 준다는 생각은 관념이다.

사랑은 주고받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사랑은 느낌이다.

받기만 하거나 주기만 하는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사연자는 자신의 생각에 속고 있을 뿐이다.

사실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받기만 했기에 주는 법을 모른다는 것은 그럴듯한 변명이다.

받아 보았기에 자연스럽게 주는데 익숙하게 된다.


주고받음은 일방적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받지 않는데 줄 수 없으며 주지 않는데 받을 수 없다.

받기만 해서 주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일 뿐이다.

자신의 변명을 자각해야 한다.



이기적인 행동에도 이유가 있다.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는다면 변명이다.

그렇게 행동하게 된 과정을 찾는다면 대안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럴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은 언제나 함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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