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Mar 29. 2021

죄책감 때문에 힘들어요

희생양

"1, 2학년 때 했던 도둑질이 기억에 떠오르며 죄책감이 들어요."

6학년 여학생의 고민이다.

우울과 강박까지 겹쳐서 고생이란다.

왜 괴로운지 아직 모르고 있다.

(3월 2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의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죄책감, 우울, 강박까지 3종 세트다.

이 모든 괴로움의 원인을 철 모르고 했던 도둑질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도둑질 기억은 사실상 희생양일 뿐이다.


사연에 두 가지 중요한 단서가 있다.

5학년 때 가정사 문제로 우울이 왔다는 것이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가까운 사람들이 자기를 떠나갈까 봐 두렵다는 것이다.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모양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4학년이 되어서 훔쳤던 물건을 보고 기억이 떠올랐다.

죄책감이 들면서 그 물건과 닿았던 물건까지도 만지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채 시간이 흐르다가 가정사 문제까지 겹쳤다.

너무나 괴로운데 괴로운 이유가 있어야 했다.


어릴 때 철 모르고 했던 도둑질은 좋은 핑곗거리가 될 수 있었다.

도둑질 기억을 희생양 삼아서 현실의 괴로움에서 도망치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면서 괴로움을 벗어날 수는 없는 법이다.

사연자는 이런 악순환을 전혀 모르고 있다.


죄책감은 행동 개선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죄책감은 책임을 지려는 마음가짐이 아니다.

스스로 책임성을 자각하면 죄책감 대신 참회를 한다.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자녀가 어릴 때 충분히 보살피지 못했다고 자책하며 과잉 보상하는 부모가 있다.

이중으로 자식을 망치는 꼴이다.

한 번 실수를 거울삼아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

마음을 고쳐 먹은 사람은 비난보다 격려받는 것이 마땅하다.


사연자가 주변 가까운 사람들이 떠날 것을 두려워하는 것도 치우친 생각에서 나온다.

진심으로 뉘우치는 사람을 탓하고 비난하기보다는 응원을 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자기 스스로 자신의 경험을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다.

사연자는 솔직해질 용기가 필요하다.



같은 기운끼리 뭉친다.

죄책감은 비난을 부른다.

자기 비난은 우울을 부른다.

떨치고 일어날 줄 알아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헤어졌다 다시 사귀며 생긴 불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