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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Apr 09. 2021

고등학생인데 방이 없어요

견물생심

"식구가 6명이고 방이 세 개인데 제 방이 없어요."

한 고등학생의 하소연이다.

요즘 흔치 않은 대가족이라 겪는 불편이다.

사연자 혼자 이사를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4월 9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사연자는 자기 방이 없이 거실에서 생활한다.

중학교 때까지는 이상한지 모르고 살았다.

친구들 집에 다녀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다.

고등학생인데 자기 방이 없는 것이 이상한 것 아닌가 싶다.


다른 식구들은 다 괜찮다고 한다.

하지만 사연자는 불편하다.

사춘기 남동생과 같이 공부하다 보면 자꾸 다투게 된다.

부모님은 이사 갈 형편이 아니라고 하신다.


안방은 부모님이 쓰시고, 남동생 방이 있고 할머니와 언니가 한 방을 쓴다.

사연자는 세 가지 질문을 했다.

첫 번째가 지금 자신의 상황이 객관적으로 이상하지 않은가 하는 질문이다.

핵가족화된 요즘에는 흔히 보기 힘든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연자의 환경이 지구적으로 보자면 유복한 편에 들 것이다.

각자 자기 방을 갖는 것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진다.


두 번째 질문은 '어떻게 부모님을 설득할 수 있는가'이다.

이사는 모든 가족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은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거나 환경에 적응하는 법이다.

이 질문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다.

보이면 마음이 생긴다는 말이다.

사연자도 친구들 방을 고고서 자기 방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공부하는데 공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부모님 말씀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욕망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시야가 좁아진다.

현실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는 괜찮은 대안도 시야가 좁아지면 보이지 않는다.

고집을 부리다가 꺾이면서 자칫 원망심이 커질 수 있다.

그래도 사연자가 여러 가지 질문을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 좋을 수는 없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불만이 생긴다.

욕심껏 비교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준을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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