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기연 Jan 11. 2019

무시당한다는 느낌

자존심

자존심이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라면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그런데 일상에서 쓰이는 자존심이란 말은 뜻이 아주 다르다.

"자존심 상했어."라고 할 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했어."라는 뜻일 경우가 많다.

더 나아가 무시당했다는 느낌까지 들면 마음이 크게 출렁이곤 한다.



자기를 존중하는 마음을 자존감이라고 한다.

자신을 존재 그 자체로 존중하는 것을 뜻한다.

이와 다르게 일상에서 흔히 쓰는 자존심이란 말은 자기를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남들한테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 쓰는 뜻인 것 같다.

남들과 견주어 자기가 부족하다 싶으면 "자존심 상해!"라고 하지 않는가.


쉽게 말해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자존심 상한다고 표현한다.

자신을 스스로 존중한다면 다른 사람이 자신을 무시하건 말건 상관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

다 나름대로 사정이 있기 마련이고 그도 그 나름대로 평가 기준이 있으니 굳이 내가 그의 평가 기준에 맞출 필요가 없지 않겠냐는 말이다.

나는 나대로 나를 존중하고 그는 그대로 그 자신을 존중하면서 관계를 맺는다면 서로 차이가 있다고 해서 감정이 상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무시당한다는 느낌을 받게 될까?

자기 스스로 '나는 이 정도는 대접을 받아야 해' 하는 기준을 알든 모르든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한테 인사를 건넸는데 그가 대꾸를 하지 않았다면 무시당한 것일까?

그가 다른 생각에 빠져있거나 급한 사정이 있어서 경황이 없었을 수도 있다.

설사 그가 의식을 했으면서도 일부러 내 인사에 반응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무시당한 것이 아니다.

그는 그의 사정대로 나를 대한 것이지, 무시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내 생각일 뿐이다.


무시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안 보여서 무시할 수도 있고 보이더라도 주의를 기울이거나 마음에 두지 않으면 무시하는 셈이다.

주의를 기울여서 관심을 가지고 반응할 때 '무시하지 않았다'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무시당한다는 것은?


상대방이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관심과 정성을 쏟아야 할 의무가 있을까?

자기 마음은 자기 마음대로 쓸 권리가 누구한테나 있다.

그가 그 자신의 상황과 사정에 따라서 자기 마음을 자기 마음대로 쓰는데 내가 그에게 무시당했다고 느낀다면, 엄밀히 말해서 나는 그의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고 간섭하는 입장에 서 있는 것이다.

"무시를 당했다."는 말은 이처럼 내가 상대한테 간섭하는 마음을 가졌을 때에만 성립할 수 있는 말이다.


자존감이 튼튼한 사람이라면 무시를 당했다는 느낌을 갖지 않는다.

그냥 '상대방이 무슨 사정이 있어서 미처 나한테 마음을 쓰지 못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인다.

무시를 당해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생각은 자존감을 내팽개치고 다른 사람의 인정과 관심을 구걸할 때 생기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존엄성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이라는 말이다.


자존심을 내세우면서 자주 삐치고 까칠하게 구는 사람들이 있다.

권력을 가지고 갑질을 하는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쉽게 상처 받는 자존심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나치게 흥분을 잘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존감을 잃어버렸을 때 나타나는 모습들이다.

자신도 모르게 관심과 애정을 남들한테 구걸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것을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누구도 자신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그 누구의 삶을 내가 대신 살아줄 수도 없다.

자신은 우선 자신이 존중해야 한다.

자존감을 잃어버렸을 때 온갖 병리에 휩싸여서 괴로워진다.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들 때 진정한 자존감을 떠올려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귀찮음을 이겨내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