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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an 12. 2019

생각은 명상에 방해물일까

바른 생각

숨을 고르고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본다.

마음이 차분하게 안정되는가 싶더니 곧 수많은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생각과 씨름하다 보니 애초에 하려던 명상은 이미 십만 팔 천리 멀리 가버렸다.

생각의 방해를 이겨내고 명상을 제대로 맛볼 수는 없을까?

과연 생각은 마음을 그대로 보려 하는 명상에 방해물일까 살펴보자.



속도와 효율이 중시되는 현대사회에서 경쟁에 뛰어들어 숨 가쁘게 달리느라 지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자 명상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명상에서는 바쁜 일상과 다르게 긴장 대신 이완을 주문한다.

바쁘게 효율을 찾는 것 대신에 천천히 평온해지는 여유를 음미하라 한다.

그런데 명상이 주는 평온함과 여유를 기대하며 명상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곧 강력한 벽에 부딪히곤 한다.


조용한 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숨을 고르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바쁘게만 치달렸던 마음이 멈추면서 마음은 여유로와지는 듯해진다.

정신없이 긴장하면서 바쁘게만 움직였던 모습들이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하고 바쁘게 사느라 돌보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면서 새로운 다짐을 하기도 한다.

일상에 지쳤던 만큼 명상으로 찾기 시작한 여유와 평온함이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평온함은 금방 도전을 받는다.


중독은 술, 담배, 마약과 같은 중독성 물질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경쟁하느라 자신을 몰아붙였던 행동도 어느새 습관이 되어 중독성을 띠게 마련이다.

몸과 마음이 지쳐서 시작한 명상으로 휴식과 성찰을 통해 여유를 되찾는 순간 이 습관이 금단현상처럼 나타난다.

무언가 하지 않고 있으면 왠지 모를 불안감에 사로잡히는 현상이다.

휴식과 성찰로 조금 여유로와진 마음은 아주 민감하게 마음의 변화에 반응하기 시작한다.

이전보다 더 예민하게 변화를 인식할 수 있게 되는 바람에 마음은 온갖 생각으로 가득 차 버린다.


자신을 몰아치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있는 상태에서 감각은 예민해져 더 잘 느끼다 보니 명상을 하기 전보다 마음이 훨씬 더 복잡하게 느껴진다.

어두운 곳에서는 보이지 않던 작은 먼지들이 빛줄기가 비치면서 그 모습이 드러나는 것처럼, 이전에는 느끼지 못하던 작은 생각들까지 민감해진 감각에 잡히다 보니 마음은 더 혼란스러워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것이 명상을 시작한 사람들이 맞이하는 커다란 고비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고비를 맞이해서 명상을 그만두어 버리고 만다.

'마음이 편해지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더 복잡해지니까 할 필요가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 생각이 옳은 판단일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어리석음일 뿐이다.

넘어야 할 고비를 제대로 알지 못해서 포기한 것임을 이들은 모르고 있다.


명상은 자신을 바로 알기 위해 하는 행위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여유를 되찾는 것은 명상을 해서 얻게 되는 보너스라고 할 수 있다.

바쁘게 사느라 망가지는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서 적절한 조치를 함으로써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것이 명상의 본래 목적이라고 하겠다.

명상을 해서 마음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생각을 알아차렸으면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

무엇으로 조치를 할 수 있을까?

바른 생각으로 대처해야 한다.


바른 생각이란 이치에 맞는 판단과 선택과 결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응해야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지 순리대로 판단해야 한다.

명상을 해서 오히려 복잡해진 마음을 '뭔가 잘못된 것이다.' 하고 판단해버리는 것은 섣부른 속단이다.

'아! 내 속이 이렇게 복잡했는데 모르고 살았구나!' 하고 대책을 연구하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온갖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안 보이는 곳에 밀쳐두었던 것처럼, 해결하지 않은 수많은 문제들은 그냥 외면하고 살았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게 어질러진 채로 방치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마음을 청소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생각은 명상에 방해물이 아니다.

그릇된 생각은 명상에 방해물일 수 있다.

바른 생각은 명상을 제대로 해가는데 필요한 길잡이가 된다.

청소도 하지 않고 깨끗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망상인 것처럼, 명상을 하면서 발견되는 현상들은 바른 생각으로 알맞은 조치를 해야 한다.

마음이 복잡해진다고 그만 둘 일이 아니라 마음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실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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