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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기연 Jun 20. 2021

사는 건 누구나 다 힘들지만

휩쓸린 인생

"30년 가까이 이용만 당하고 살았네요."

30대 후반 여성의 탄식이다.

7살 이후로 30년 가까이 휩쓸려 살았다.

지금은 정신과 약의 부작용으로 너무나 고통스럽다.

(6월 20일 참나원 팟캐스트 방송)



장애가 있던 오빠를 미워했다.

7살 때 오빠가 죽었다.

충격을 받아서 천벌을 받을 거라 생각했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남은 것은 상처뿐이다.


어릴 때 자신을 보호하려고 일진들과 어울렸다.

철저히 이용당하는 삶이 시작되었다.

20대가 되어서 친하다고 여겼던 친구한테 배신을 당했다.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며 오랜 기간 약을 먹었다.


지금은 정신과 약의 부작용 때문인지 온몸이 너무 아프다.

돌아보면 남한테 잘못한 것은 없는데 자신을 들볶는 데는 천재적이었던 것 같다.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으로 시달리고 있다.

죽고 싶은데 용기가 없다.


사연자는 자신이 천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고통스러운 삶이 자기 탓이라면서 죄의식을 떨치지 못한다.

7살 때 장애를 가진 오빠를 미워한 것이 천벌을 받을만한 죄일까.

7살 때 미숙한 판단으로 자신에게 씌운 멍에를 계속 짊어져야 할까.


남한테 잘못한 것은 없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많은 사람들을 나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자신에게 나쁜 짓을 하게 허용한 것은 잘못이 아닐까.


사연자는 천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미숙해서 잘못 판단한 생각에 갇혀 괴로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인과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하고 미몽에 빠져 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기만 해도 변화는 가능하다.



죄책감으로 자기 처벌을 하는 것을 양심적이라 할 수 있을까.

자기를 처벌하는 대신 실제로 책임을 다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죄의식이나 자책은 책임을 회피하는 선택이다.

책임을 다하려 마음먹는 순간 죄책감은 오히려 굴레가 아닌 디딤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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