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머리 깎으면서 전화 내용을 엿듣다

자녀교육_100회

by 광풍제월

머리 깎으면서 전화 내용을 엿듣다

2025.5.24. 토(D-221)


4시 38분에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을 나와서 집 인근에 있는 이발소로 갔다. 손님이 없어 주인장 부부가 쉬고 있어 바로 이발을 하였다. 보통 3주에서 4주에 한 번씩 이발을 한다.


주인장 부인이 아들과 통화하는 이야기가 들렸다.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는데 목소리가 커서 저절로 듣게 되었다. 내용을 보니 이경슈퍼에서 배달을 시켰는데 1시간 반이면 도착예정이라고 알려 주었는데 아들한테서 아직 배달이 도착하지 않았으니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부인이 내가 몇 시에 슈퍼에 갔지라고 물으니 이발소 주인장은 모른다고 하면서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


부인이 슈퍼에 전화하니 배달을 완료했다고 했다. 아들한테 전화해서 배달이 완료되었다고 하니 바깥으로 나와서 확인하고 전화를 달라고 했다. 아들이 도착하지 않았다고 하니 다시 슈퍼에 전화하니 2층에 올라 놓았다고 해서 도착지가 잘못 기재되었다며 다시 아들한테 전화해서 2층으로 올라가서 확인하라고 했다. 부인은 아들이 집안에만 있는 것이 못마땅한 모양새다. 배달하는 사람이 2층으로 올라갈 때 조금만 신경 쓰면 알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내가 20년 이상을 다닌 단골 이발관이라 주인장의 아들이 둘 있는데 한 명은 의사를 하고 한 명은 치기공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발소를 이제는 그만하려고 해도 물려줄 사람이 없어 걱정이라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나는 속으로 아들집의 속사정은 모르지만 너무 아들만 위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본인들 일은 본인들이 하게 해야지 모든 것을 도와주니 의존성이 생기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둑 훈수 드는 사람이 바둑을 직접 둘 때 보다 더 수를 잘 읽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남의 전화를 들으면서 나는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된다.


나도 아들이 둘인데 큰애는 직장을 다닌다고 집에서 나가 있고 작은 애는 대학 2학년이지만 지방이라 방학 때만 집으로 온다. 아이들이 집에 오면 하루 종일 집안에 누워 있어도 그냥 두었는데 이것도 3자가 본다면 너무 오냐오냐 키우는 일로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라는 말이 있다. 자녀는 어느 순간 부모를 닮아 가기 때문에 부모의 행동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다. 내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수밖에 없다. 부모로서 살아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오늘도 느끼면서 그 많은 남매들을 가르친 부모님이 존경스러워 보이는 날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울삼육병원 정기검진 받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