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식훈련_4회
우중속의 제식훈련
1987. 3. 19. 비
아침부터 비가 왔다.
처음에는 흐뭇한 기분이 들었다. 근 10일 이상을 맑은 날씨가 계속되다가 오는 비였기 때문이다.
아침 구보에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침을 먹고 나자 점점 강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고향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는데 비가 오니까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친구들의 생각이 아련히 떠올랐다. 부모님은 편안히 계신지 친구들은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였다.
처음 오전학과는 제식훈련이었는데 판초우의를 입고 연병장에서 실시하였다. 사회에서는 이렇게 비 오는 날 밖에서 비를 맞은 적이 없었는데 군의 특수사정 때문에 비를 정면으로 맞으면서 훈련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불철주야’란 단어가 실감 나게 전해져 왔다. 군인의 24시간 경계 때문에 후방에선 편안히 자기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군인의 책임감을 느낄 수 있고 현실의 슬픔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도 힘든 훈련을 받았지만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서 같은 형제끼리 총부리를 겨누는 일이 없어야겠고 국방비에 소비되는 예산을 경제발전에 쓰게 된다면 많은 힘이 축적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하여본다.
이름과 얼굴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호흡이 잘 맞지 않지만 곧 호흡이 맞기를 기대해 본다. 군인은 통일이라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통일의 묘미, 통일의 힘, 통일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겠다.
일체감, 조화의 미, 균형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겠다. 내적인 충실을 기하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