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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영일기

4킬로미터 구보

4km 구보_5회

by 광풍제월

4킬로미터 구보

1987. 3. 20


오후학과에 4km 구보가 있었다.

단독 군장으로는 처음 하는 구보였다. 모든 전우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았다. 힘든 상황에서 참아 내는 것은 무한한 인내와 아량이 필요한 것 같다.


아침에 구보는 힘든 줄 몰랐는데 단독 군장이라 점점 숨이 차오며 힘이 들었다.

또한 그 와중에서 군가 혹은 번호 붙여가기 등이 가중되니 더 힘이 들었다. 하지만 군인이기 때문에 목표가 정해지면 달성해야 하기 때문에 뛰어야만 했다.


처음에는 끝까지 뛰지 못할 것 같았는데 반환점을 돌아서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힘이 들 때는 설악산을 바라보며 힘든 생각을 잊으려 했다. 아직도 산 정상에는 눈이 쌓여 있는 것이 이곳이 북쪽지방이라는 감이 들었다.


고향에는 거의 봄기운이 완연할 텐데 아직 이곳은 바다 바람이 불어올 때는 차가운 감이 든다.

눈 덮인 울산바위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순백의 색이라고 종종 눈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설산은 환상의 산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다.


구보 도중에 오리걸음, 폭탄이라는 얼차려를 받았기 때문에 끝까지 뛰어 올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보이지 않는 조교들의 고마움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의 군인을 만들기 위한 세밀한 계획들을 잘 따라만 준다면 우린 훌륭한 군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육군 보병은 잘 뛸 수 있는 것이 생명이 아닐까.

원초적으로 우리 인간은 동물이기 때문에 뛸 수 있는 잠재성을 내재해 있기 때문에 그 잠재성을 충족시켜 주어야만이 정상적인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힘껏 뛰자 그리고 무궁한 발전을 기대해 본다. 젊음의 끓는 피가 식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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