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_185회
가장 쓰기 힘든 글, 연애편지
2025.11.11. 화(D-50)
읽는 중년에서 쓰는 중년으로 두 번째 글쓰기 수업이 있는 날이다. 1시 40분, 도서관 2층 종합자료 1관 7번 열람실에서 시계를 확인하고 노트를 챙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 대강당으로 내려가는데, 문 앞에서 강사님과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늘 앉던 가운데 줄 세 번째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스크린에는 ‘2강 글쓰기 기초’라는 제목이 떴다. 그 아래 작게 “글쓰기가 처음인데요―초보자를 위한 원포인트 레슨”이라는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강사님의 첫마디는 뜻밖이었다.
“가장 쓰기 힘든 글은 연애편지입니다.”
강의실에 작은 웃음이 번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처음부터 잘 쓰려고 매달리기 때문이죠.” 나는 그 말에 잠시 멈칫했다. 내 글쓰기의 문제도 바로 그것이었으니까. 한 문장이라도 완벽하게 쓰고 싶어 망설이다, 결국 아무 글도 못 쓰던 날들이 있었다.
강사님은 글쓰기의 전제로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잘 쓰려고 하지 말 것.
둘째, 못난 글을 피하기이다. 훌륭한 글은 서로 다르게 훌륭하지만 못난 글은 대부분 비슷한 이유로 못났다고 했다. 이 두 가지만 지켜도 글쓰기가 한결 쉬워진다고 했다. 단순하지만 묘하게 힘이 되는 말이었다.
이어서 기본 원칙 이야기가 나왔다. 맞춤법과 비문을 피하고, ‘적·의·것·들’ 같은 군더더기 표현을 줄이라는 조언이었다. “그 네 단어만 줄여도 문장이 훨씬 매끈해집니다.” 강사님의 말에 몇몇 수강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문장 끝마다 ‘~적인’, ‘~의’로 마감하던 습관이 떠올라 살짝 부끄러워졌다.
진짜 비결은 따로 있었다.
“글쓰기의 최강비결은 퇴고입니다.”
강사님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는 말의 반대로, “오늘 쓴 글은 내일 고쳐라”라고 했다. 시차를 두고, 종이로 출력해, 낭독하며 다듬으라는 것이다. 갈고 쪼고 문지르는 과정이 글쓰기의 진짜 힘이라고 했다.
강사님은 글쓰기 팁으로 세 가지를 들었다.
고종석의 한국어 글쓰기 강좌와 칼럼계의 아이돌 김영민 교수의 “진부함을 피하려면 현대미술관을 자주 가라”는 조언, 그리고 블로그나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소똥 글쓰기”라는 강사님의 말을 덧붙였다. 소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흔적처럼, 생각의 조각들을 흩뿌려두면 언젠가 그것들이 하나의 글이 된다는 의미였다. 그 말이 묘하게 와닿았다. 나도 종종 산책 중에 떠오르는 문장을 메모해두곤 했다. 그게 다 연결되어 글이 된다면, 글쓰기는 이미 내 일상 안에 있는 셈이었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나고 나오며, 이상하게 마음이 가벼워졌다.
잘 쓰려고 애쓰기보다 일단 써보는 것이 먼저라는 것, 그리고 못난 글은 피하자는 것.
결국 글쓰기도 연애편지와 닮았다. 진심을 담으려는 마음이 앞서면, 문장은 조금 어눌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시작하는 용기’였다. 오늘 수업에서 내가 얻은 결론은 “글은 잘 쓰는 게 아니라, 꾸준히 쓰는 것이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