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읽는다’ 문학평론가 허희의 강연을 듣다

한강을 읽는다_196회

by 광풍제월

‘한강을 읽는다’ 문학평론가 허희의 강연을 듣다

2025.12.6. 토(D-26)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 문학의 결을 읽다’ 강연이 열렸다. 연말 프로그램의 하나로 마련된 자리였고, 20여 명이 참석했다. 가운데 줄 세 번째 자리에 앉으니 바로 앞자리가 비어 있어 무대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강연자는 문학평론가 허희. 그는 13년 동안 평론 활동을 해왔다고 했다. “한강 작가가 바빠지면서 제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과거 『소년이 온다』 북토크에서 한강과 함께 무대에 섰던 인연 덕분에, 지난해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작가평에 대한 언론 인터뷰 요청이 자신에게 몰렸다는 일화도 들려주었다. 그 순간, 왜 이 강연에 그가 적임자인지 자연스럽게 납득되었다.


그는 문학을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누었다. 첫째는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 예로 『불편한 편의점』을 들었다. 둘째는 인간 존재의 심연을 탐구하는 작품, 한강의 소설이 여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나는 지난해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고 곧장 『몽고반점』이 실린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빌려 읽었다. 그러나 이해하기 어려웠고, 이후 한강의 다른 소설은 손에 잡지 않았었다. 그런 나에게 평론가는 “한강을 읽었든 안 읽었든 관계없이 오늘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풀어보겠다”라고 말했다.


강연이 깊어질수록 한강의 문학이 ‘애도’라는 축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 선명해졌다. 태어나자마자 세상을 떠난 언니의 존재가 『흰』의 근원이 되었다는 이야기, 시인 김혜순과 서울예술대학에서 함께 근무했다는 사실도 새로 알게 되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소년이 온다』의 2인칭 서술 방식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작품에서 ‘너’는 먼저 동호를 가리키지만 동시에 독자를 호출하여 사건의 현장으로 끌어들인다고 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같은 방식의 서술이라는 비교 설명이 이어지자, 감각적으로만 알고 있던 문학 기법이 명확한 구조로 이해되었다.


한강 작가 인터부 중에는 “광주를 다루는 데 따른 부담감이 없었는가”라는 것이 있었다. 이에 대해 한강은, 고발문학으로만 읽힐까 봐 더 걱정했다고 답했다고 했다. 증언을 담으면서도 온 힘을 다해 애도하고 응시하는 소설이 되기를 바랐다는 설명은, 작가가 글을 통해 무엇을 지키려 했는지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한 독자가 “고발일 것 같아 피했는데, 읽고 나니 소년이 가까워졌다”라고 남긴 리뷰가 작가에게 가장 큰 위로였다는 말도 기억에 남았다.


강연을 들으며, 한강의 작품이 어렵게만 느껴졌던 이유가 조금은 풀렸다. 그녀의 문학을 지배하는 마음—애도, 초(焦), 초혼—이 어떤 결을 이루는지 어렴풋이 감지되었다.


강연장을 나오며 생각했다. 이제는 멀리서만 바라보던 한강의 소설을 다시 펼쳐보고 싶다. 어려움이 아니라, 애도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언어로 읽어보고 싶다.

20251206_152536.jpg 한강을 읽는다 문학평론가 허희 강연(2025.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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