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4, 함께 일했던 사람들

사람들_199회

by 광풍제월

D-14, 함께 일했던 사람들

2025.12.17. 수 (D-14)


퇴직을 열나흘 앞두고,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떠올렸다.

2005년 재정담당관실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다. 고맙다는 말을 제때 하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연락이 이어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서울역 인근 무안뻘낙지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네 명이 모였다.

그해 재정담당관실에서 ‘빅 3’라 불리던 나이 많은 주사 셋과, 예산을 총괄하던 주사 한 명. 국회를 상대하던 부서답게 늘 긴장 속에서 일했고, 말보다 판단이 먼저였던 시절이다. 지금 돌아보면 다소 거창한 별명이었지만, 그때의 우리는 스스로를 그렇게 불러도 될 만큼 치열했다. 그 인연은 퇴근 이후에도, 인사이동 이후에도 이어졌다.


4시 50분, 식당에 먼저 도착한 김*연 이사장과 마주 앉았다. 두 사람은 조금 늦는다고 했다. 우리는 철판낙지볶음을 올리고 소맥을 따랐다. 김 이사장은 요즘 상황이 쉽지 않다며, 조직의 어려움 위에 직원의 공금 유용 문제까지 겹쳐 마음이 임계점에 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말은 담담했지만, 잔을 비우는 속도는 빨랐다.

잠시 후 공공기관 부원장으로 근무 중인 총괄주사가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에서 감사인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도착했다. 성원이 되자, 자연스럽게 잔이 들렸다. 대화는 2005년의 기억에서 시작해 각자의 현재를 지나, 아직 말로 꺼내지 않은 이후의 시간으로 흘러갔다.


연포탕으로 속을 달래고 해물파전을 마지막으로 주문했다. 계산은 내가 하려 했지만, 박 감사인이 오늘은 자신이 내겠다고 했다. 대신 2차는 내가 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봤다. 술자리는 익숙했지만, 넷이 함께 노래방에 간 기억은 없었다. 바로 옆 건물 3층으로 자리를 옮겼다. 계단이 가파르다며 조심하라는 말이 오갔다.


노래방에서 한 시간을 예약하고 소주 한 병을 시켰다. 각자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자고 했다. 김 이사장이 첫 곡을 맡았다. 늘 결정하고 지시하던 자리에서만 살아온 탓인지, 노래 신청 방법을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 우리는 이제까지 갑으로만 살아와서 을의 심정을 모른다며 야유를 보냈다.


나는 「분내음」을 불렀다. 박자가 빨라 쉽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에 집중하게 됐다. 노래가 끝나자 방 안의 공기가 한 톤 밝아졌다. 그 순간 문득, 이 시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 때문이 아니라, 이 자리에 함께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였다.


연배가 비슷한 사람들끼리라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이 많았다. 신년회는 평촌에서 권 부원장이 초대하기로 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서울역에서 헤어지며 나눈 악수. 그날따라 손의 온기가 오래 남았다. 나는 몇 번이고 고개를 숙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 퇴직을 앞둔 인사로서라기보다, 한 시절을 함께 건너온 사람으로서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달력의 D-14가 다시 떠올랐다.

일은 끝나가지만, 함께 일했던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과거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밤이 조용히 알려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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