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하나에_19회
『나무 하나에』 (김장성 글 · 김선남 그림, 사계절, 2012)
나무 한 그루에는 정말 하나만 있을까?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나무를 그저 길가에 서 있는 식물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나무 하나에 구멍이 하나, 나무 하나에 둥지가 하나, 나무 하나에 벌레자리 하나, 나무 하나에 벌집이 하나…”라는 문장을 따라가다 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작가는 ‘하나에’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런데 읽을수록 ‘하나’가 아니라 ‘많음’이 느껴졌다. 나무에 난 작은 구멍은 다람쥐 여러 마리의 집이 되고, 둥지는 오목눈이 새 가족의 보금자리가 된다. 나무 거죽 아래에는 작은 생명이 기대어 살고, 잎사귀 사이에는 벌집이 매달려 있다. 겉으로는 조용히 서 있지만, 그 안에서는 여러 생명이 함께 숨 쉬고 있었다. 나무 한 그루가 하나의 작은 세상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책은 이렇게 말한다.
“낮고 높은 산 속에
그 많은 식구들을 다 데리고 사는
꼭 그런 나무가”
이 대목에서 시야가 넓어졌다. 한 그루의 나무를 넘어, 그런 나무들이 서 있는 산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무 하나가 여러 생명을 품고 있다면, 산은 얼마나 많은 생명을 안고 있을까. 나무는 혼자가 아니었다. 숲을 이루고, 산을 이루며, 수많은 식구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나무는 동물과 곤충의 집이 될 뿐 아니라 우리 삶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가 무심코 들이마신 공기 속에도 나무의 시간이 스며 있고, 여름날 그늘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는 순간에도 나무는 곁에 있다. 열매를 내어 주고, 종이와 가구의 재료가 되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온다. 숲길을 걸을 때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 또한 나무가 건네는 조용한 작용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나무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저 한 그루의 나무였다. 이제는 그 안에 살고 있을 생명들과, 그 나무가 이어져 있는 숲과 산까지 함께 떠올린다. 나무 하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공동체였다.
앞으로 나무를 만날 때는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한다. 그 안에 숨 쉬는 작은 생명들을 생각하며, 가지 하나도 함부로 대하지 않으려 한다.
나무 하나를 아끼는 마음이 결국 우리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이 조용히 일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