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존감은 지금 어느 수준에 있는가?
자존감(self-esteem)은 위대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자신의 가치에 대한 평가 혹은 믿음'을 일컫는다. 자존감은 많은 이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인생에서 중요하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자존감 수준은 학업 성적, 사회적 성공, 정신 건강, 범죄율, 집단 압력에 굴복 등과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고 한다. 결국 한 개인의 행복과 성취 여부에 있어 '자존감'의 영향력은 강력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느 시절에 자존감이 가장 높을까?
미취학 아동 때이다. 콧물만 혼자 닦아도 찬사를 받는 것과 동시에 자신을 다른 아이들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존감이 오히려 낮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런 높은 자존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이고 상대적인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는 초등학교 때부터 추락하기 시작해 청소년기에는 바닥권을 형성하게 된다. 물론 성인이 되면서 대체적으로 무너진 자존감을 끌어올리기 시작하지만 치열한 경쟁사회 속에서 외부 평가라는 폭탄을 지속적으로 받으며 실패라는 녀석과 생각보다 더 자주 조우하게 되면서 자존감은 피폐해지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10년이 넘게 작가 생활을 하고 블로그 및 유튜브 활동을 하면서 독자와 시청자에게 가장 많은 질문을 받았던 주제 중 하나가 '낮은 자존감'이라는 사실은 이상하지 않다. 지금까지 답변을 잘 드렸던가? 정말 도움이 되었을까? 각자만의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명쾌한 해답을 드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앞으로는 답변을 드리는데 조금 더 편해질 것 같다. 일단 이렇게 말씀드리면 되니 말이다.
"이 책 꼭 읽어보세요."
나는 이번에 추천할 책 <초콜릿 하트 드래곤>을 '읽기만 해도 자존감이 올라가는 책'이라 표현하고 싶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은 해외 판권 검토를 했을 때 첫눈에 반한 소설이었다. 너무 재밌었을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내 딸이 어렸을 때부터 이런 책을 읽고 자라길 바랐기 때문이다. 또한 <초콜릿 하트 드래곤>은 대단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꽤 훌륭한 상과 찬사를 받아 믿음이 갔다.
A 2018 Cybil Award Winner for Elementary/Middle Grade Speculative Fiction
A VOYA Top Shelf Fiction Award Winner
A 2017 Locus Recommended Reading List selection
A UK Summer Reading Challenge selection
A The Week Junior Book of the Week
An Amazon Best Book of the Month for June 2017
A Scholastic Brilliant Book for Summer 2017
A Bank Street College of Education Best Children’s Book of the Year
<초콜릿 하트 드래곤>을 읽으면 다음과 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사명
성취
성장
멘토
리더십
그리고.. '자존감'
글이 길어지니 오늘은 '자존감'만 이야기를 하겠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은 드래곤이 어린 소녀로 변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지만 자신만의 사명을 찾고 그 사명을 이루기 위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전개하는 성장 소설이다. 책의 주 대상은 청소년이지만 나는 단연코 성인일수록 무조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우리와 평생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드래곤이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이다. 어린 소녀로 변한 주인공 '어벤추린'은 어려움과 실패에 직면했을 때, 모함에 휩싸이고 위기에 처했을 때,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저 문장을 반복적으로 되뇐다.
"나는 드래곤이다."
"나는 드래곤이다."
"나는 드래곤이다."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은 실력을 쌓는 것, 작은 성공을 누적시키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으로 제대로 구분하는 것,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외부에서 긍정적 피드백을 요청하는 것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견고한 방법은 따로 있다. 어벤추린이 그랬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드래곤'이라고 믿는 것, 자신을 '위대한 존재'로 믿은 것, 자신의 가치가 더 높은 수준에 있음을 믿는 것이다. 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 번 알아볼까?
프린스턴 대학의 두 경제학자가 매우 흥미로운 연구를 했다. 대학 졸업생들을 추적해 대학 간판과 실력 중에 무엇이 중요한지 알아본 것이다. 그래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등 아이비리그에 갈 성적은 됐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그보다 좀 더 명성이 떨어진 대학에 들어간 학생을 아이비리그 학생들과 비교를 했다.
나는 성공을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얻는 것'이라 정의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성공이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적 성공이라고 했을 때 그래도 가장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정량적 사례가 '소득'이라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두 경제학자는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학생의 10년 후 소득과 성적은 되지만 아이비리그보다 명성이 떨어지는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10년 후 소득을 비교했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별 차이가 없었다.' 아이비리그 졸업 10년 차 소득이 비-아이비리그 졸업 10년 차 소득보다 중앙값 기준 2배에 가깝다는 사실에 비춰본다면 보통 결과가 아니다. '실력'은 '대학 간판'을 씹어 먹는다. 물론 다른 결론도 나온다. '대학 간판'은 '실력'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 같다.
그러나 이 연구의 진짜 놀라운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분석을 해 보니 앞서 언급한 아이비리그 졸업생, 성적은 되지만 비-아이비리그에 간 졸업생과 소득이 별 차이가 나지 않는 한 부류가 있었다. 바로 아이비리그에 갈 성적이 되지 못해 비-아이비리그에 갔지만 아이비리그에 입학 지원을 한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야망'이 있는 학생들이었다. 현재 실력은 아이비리그에 미치지 못하지만 자기 자신을 '아이비리그에 갈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믿었다.
이들은 자신을 '드래곤'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가장 견고한 그러나 가장 확실한 한 가지 방법은 코웃음이 나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 그저 '자신의 가치가 높음을 스스로 확고히 믿는 것'이다. 자신이 드래곤임을, 자신이 위대한 존재임을 현재의 모습과 관계없이 스스로 믿는 것이다.
교육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개념 중 하나는 '자기효능감'이다. 자기효능감이란 특정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이다. '능력'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그릿 정신을 발휘해 결국 성취의 유리한 길로 인도해 주는 성장형 마인드셋은 자신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임을 믿는 것을 말한다. 달리기 선수 출신의 물리학 박사 알렉스 허친슨이 쓴 <인듀어>라는 책에서는 스포츠에서 과학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여러 전문용어를 써 가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장의 제목은 '믿음의 힘'이다. 마라톤 계를 장악하고 있는 케냐 선수들을 관찰/연구를 해 보면 흔히 얘기하는 스포츠 과학적인 페이스 조절이라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냥 케냐 선수들은 마인드가 달랐다. 그들은 믿는다. 성적이 가장 낮은 선수조차 자신의 한계는 없으며 오늘은 '나의 날'이 될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는 것이다. 알렉스 허친슨은 이렇게 말한다.
"이러한 믿음은 세계 마라톤 기록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케냐 선수들이라는 현실과 어우러지면서 일종의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되었다." - <인듀어> p. 422
인생에서 높은 자존감이 왜 중요할까?
높은 자존감의 효용은 '성취'가 아니라 '실패'와 '고통'에 있다. 높은 자존감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형성하여 실패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으며 고통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는 힘을 준다.
나는 내 딸이(그리고 내가) 무언가를 크게 성취하는 것보다 인생에서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실패와 고통 속에서 높은 자존감으로 성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또 일어서고 또 일어섰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고 믿었으면 좋겠다.
"나는 드래곤이다."
자존감과 사명 그리고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려는 모든 분들에게 <초콜릿 하트 드래곤>을 강력히 추천한다.
# 참고 문헌
<발달심리학>, 데이비드 셰퍼 등
<인듀어>, 알렉스 허친슨
<부모공부>, 고영성
<The formula>, Albert-László Barabás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