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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 건축 놀잍ㅓ Oct 03. 2016

아파트, 반복과 적층의 중간, 계단실에서의 섹스

일상의 공간 비일상적 경험의 순간



 
어린 시절 어느 날 학교 앞에 레미콘차들이 수십대가 들어오고 허연 반죽을 쏟아내었다.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콘크리트 반죽이 거대한 매스 덩어리가 되어 여기저기서 솟아오른다. 처음으로 마주한 아파트는 나에게 마치 세련된 서울에서 내려와 서울말을 쓰는 친구 같은 녀석이었다. 몇몇 친구들이 그곳에 산다고 말을 들었을 때 호기심에 몇 번 들여본 아파트는 뭔가 식어버린 죽처럼 기운이 없었다.  

 
여러 집을 둘러봐도 같은 구조에 비슷한 느낌의 공간이 반복되어 있었다. 이전까진 친구의 집에 간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았다. 원더랜드를 지나 다른 스케일의 새로운 세계가 나타나는 것처럼 매번 친구의 집은 다른 공간 다른 방법으로 이해되는 장소였다. 아파트는 왠지 모를 불편함으로 나를 짓누르고 슬프게 했다. 나는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 골목길의 집들이 좋았다. 그 집을 찾아가는 방법만도 여러 갈래였던 그래서 다르게 인식되던 집들이 었다.  

 
아파트는 오래된 주거지역 사이에서 혹은 새롭게 건설된 도시에서 불끈불끈 솟아오른다. 우리 도시의 풍경은 어느샌가 반복에 의한 적층으로, 하나 된 거대한 덩어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있었다. 어느샌가 반복에 의해 만들어진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공간이 삶의 형태를 담는다면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다름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혹은 나와 다르면 이상하다 생각하며 살아간다.  

 
골목을 잃어버린 우리의 집은 어파트의 계단실에서 그 향수가 느껴지곤 한다. 잠깐 집에서 나와 반층을 내려가면 그곳은 뭔가 어딘가의 경계에 있는 그곳처럼 말이다. 7과 이분의 일층처럼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 어느 틈에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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