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 영업 종료합니다

<2부> 낭만은 로맨스가 전부는 아니야, 실패와 고통도 낭만이지

by 깜지

여자친구가 살던 동네에 위치한 미용실에 근 1년 동안 꾸준히 다녔다. 원래 다니던 미용실이 있었지만 급하게 이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 여자친구의 권유로 그 미용실을 가게 되었다. 원래는 일회성으로 한 번만 다녀오고 더 다닐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기대하지 않았음에도 이쁘게 결과가 잘 나와서 꽤 맘에 들었다. 그래서 딱 한 번만 더 펌을 할 때 들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매달 한 번씩 그 미용실에 계속해서 가게 되었다.

디자이너 선생님과 무척 친하게 지냈다. 선생님도 책을 좋아해서 대화가 잘 통했다. 그래서인지 편안하고 즐겁게 미용실을 다녔다. 나의 연애사부터 시와 책을 쓴다는 개인적인 얘기까지도 선생님 앞에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사실 미용실과 집과의 거리가 꽤 됨에도 한 달에 한 번씩 시간을 내서 그 미용실에 갔다. 항상 사람이 없는 마감 시간을 일부러 맞추어 선생님과 오붓하게 수다를 떨고 오곤 했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펌을 할 때도 있었고 커트만 하고 금방 나오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마음의 휴식을 가질 수 있는 편안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나는 한 달에 한 번씩 추억이 깃든 그 동네에 찾아가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 되었다.


그렇게 별 탈 없이 미용실을 잘 다녔지만 결국 여자친구와 이별하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그 동네에 갈 의미는 사라졌었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미용실에 들렀다. 당시엔 다른 미용실을 고민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온전치도 여유롭지도 않았다.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갈 뿐이었다. 디자이너 선생님께도 간접적으로 헤어졌음을 표현했다.

"미용실 끝나고 오늘은 어디로 데이트 가요?"

"집으로 바로 들어갈 거예요. 앞으로는 데이트 못해요(웃음)."


선생님은 그 얘기를 듣고 놀란 눈치였지만 크게 티를 내지는 않으셨다. 선생님도 당연히 어떤 의미인지 아시기에 더 물어보지 않으셨다. 그다음 달이 되어 나는 다시 한번 미용실을 찾았다. 선생님은 한번 더 놀란 눈치였다. 아마 내가 미용실을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거라 생각하신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그 미용실을 계속 다니는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지금 미용실이 맘에 들고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다니기 귀찮아서? 전 여자친구를 다시 마주칠지 모른다는 미련? 아니면 디자이너 선생님에 대한 다른 마음은 아니었을까. 어떠한 답도 내리지 못한 채 그저 몸이 이끄는 대로 습관처럼 다니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더 이상 의미 없게 되었다. 선생님이 다른 지점, 더 먼 곳으로 가게 되었다.


선생님은 없더라도 미용실은 그 동네에 계속 같은 자리에 있을 거란 걸 안다. 다른 선생님에게 맡기면 될 뿐이었다. 그럼에도 선생님이 없다면 내가 그 동네에 찾아가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었다. 선생님이 없다는 사실은 내겐 미용실 영업 종료와도 같은 선고였다. 그런데 나는 미용실을 핑계로 여자친구의 동네에 오고 싶었던 집착 어린 마음도 있었고 선생님을 좋아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혼란스러웠다. 나는 누굴 위해 무엇을 위해 오고 싶어 했던 걸까. 그래서 난 정답을 내리지 못했기에 선생님께도 마지막까지 별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아쉬움과 여운으로 남기며 이 동네를 떠날 뿐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선생님과 작별인사를 나눈 뒤 마지막 커트를 하고 미용실을 나왔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련과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덕분이었을까. 끝났다는 것은 다시 시작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 떠나보려 한다. 추억이 깃든 동네가 내게 선고한 마지막 말을 곱씹으며 다른 미용실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면서 방랑시인처럼 이리저리 떠돌아다녀 보려 한다.


'미용실, 영업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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