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가락지를 나누어 끼다

어머니와 다음 세상에서

by 여여

요즘 나의 일상 중 가장 많이 떠오르는 생각은 단연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었다. 어머니에 대한 일종의 죄책감과 원망과 그리고 그리움이 뒤범벅이 된 생각이 내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퇴하여 하릴이 없는 탓도 있을 법하다. 별다른 근심걱정 없다 보니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생각이 어머니의 안부였다. 그렇다고 어머니를 걱정하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도 않으면서 어머니에 대한 안부가 마음에 걸려 항상 우울하였다. 요양원이 경자와 경희가 사는 집 근처에 있지만 나는 차로 거의 편도 3시간 정도 소요되어 오며 가며 들르기엔 다소 불편하였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어머니에게 휴대폰을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동생들이 어머니 집을 팔아 그 돈을 나눠갖기로 계획을 세우던 무렵 나는 어머니에게 노인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기종의 휴대폰을 내 명의로 개통하여 드렸다. 혹시 떨어뜨릴 경우를 대비하여 보호커버를 씌우고 잃어버리지 않도록 목줄도 만들어 드렸다. 어머니는 휴대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고 직접 상대에게 전화할 경우가 적을 듯하며 요금제는 저가의 알뜰폰으로 가입하였다. 기기는 폴더를 열면 곧바로 통화가 가능한 폴더폰으로 하고 충전기도 사용하기 편리한 C타입으로 선택하였다. 처음에는 휴대폰을 통하여 어머니와 통화가 가능하였다. 물론 항상 전화를 받지는 않았지만 몇 차례 시도하면 통화가 가능하였다. 내 아들과 딸들에게도 의무적으로 하루에 한 번씩 5분 이상 안부 전화드리라고 당부도 하였다. 그리고 요양원 요양사님에게는 가끔 충전 상태 체크해 주시도록 부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동생들이 어머니집을 팔아 매각대금을 송두리째 가져간 사건이 있은지 얼마 안 되어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면 전원이 꺼져 있다는 메시지가 들리곤 했다. 이럴 때마다 요양원 원무과에 전화하여 어머니 휴대폰 전원 좀 켜드리라고 부탁을 하여 통화를 하곤 했다. 그러나 그때뿐 어머니 전화는 항상 꺼져있었다. 내게 청구되는 휴대폰 요금 청구서상에는 항상 사용시간이 0(zero)으로 표시되었었다.

지난주 어머니요양원을 방문하여 휠체어를 밀고 건물밖 상가 주위를 산책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어머니가 알아듣도록 큰소리로 대화를 하였다. "어머니! 전화기를 왜 꺼두세요? 가족들하고 통화하면 좋잖아요" 하고 물으니 어머니는 "늙은이가 뭔 통화가 필요하냐며 전화요금만 나오니 전화기 꺼두라 해서 전화를 꺼달라고 부탁했다. 너 돈만 나가잖아"라고 답하셨다. 더 이상 묻고 싶지 않았다. 큰 아들 생각해서 전화요금 아껴주려는 지나친 어머니의 자식사랑도 화가 났지만 그런 충고를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였는지 그 존재에 대해서도 증오심이 앞섰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전화기 꺼둬서 큰아들 전화요금 절약해 주라는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머니가 접하는 사람들 일 텐데 그 사람들이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 봤다. 요양원에만 계시는 어머니가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요양원 근무자, 같은 입소자 그리고 가까이 살면서 가끔 찾아온다는 경자, 경희뿐이었다. 그들 중 과연 누가 어머니와 아들 간 전화통화하는 비용을 걱정하거나 못마땅해했을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알아도 실익이 없으니 알 필요도 없다. 다만 어머니와 전화로라도 안부를 확인하고 소통하고 싶은 꿈은 포기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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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인협회 회원이며 필명은 如如(여여)입니다. 절개를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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