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는 날, 평범한 인간의 괜찮은 행복

소심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떨치니 행복이 찾아오네

by 여여

오늘 한가하여 한가한 식당에서 나 혼자 식사를 한다.
식사 때가 되었으나 같이 할 동료가 없어 쭈뼛거리며 혼자 식당을 찾았다.

그런데 정작 앉고 보니 동료들과 어울려 같이 식사할 때와 다른 느낌이다.

돈 낼 상대방 배려 차원에서 저렴한 메뉴 시킨 후, 막상 내키지 않는 음식 먹을 걱정 없고

누가 돈 낼 것인지 눈치 볼 필요 없고

다수결로 결정된 음식 억지로 먹을 걱정 없이.

널찍한 식당 공간 빈구석에 선풍기를 등지고 앉아

천천히 혼밥을 먹는다.

코로나 비말 걱정 없이

오늘 일과를 점검도 하며
내 식사 속도에 맞춰
여유 있게 식사를 하니
소화도 잘되는 듯하다.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나 부정적인 시선을 감수하니, 그 결과로 혼밥이 주는 행복이 다가온다. 그동안 그런 시선에 왜 그토록 신경을 써 왔을까

우리 사회에서는 '왕따'나 '아웃사이더'와 같은 단어와 연결 지어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안쓰럽게 보거나,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식당 등 공개된 장소에서 혼자 밥을 먹을 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동양 문화권에서는 식사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친목을 다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문화에서는 혼밥이 익숙하지 않고, 때로는 비정상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식사를 함께하는 행위는 관계를 돈독히 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혼밥을 하면 관계 형성에 소홀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세대, 특히 MZ세대에게 '혼밥'은 더 이상 외롭거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는 활동이 아니라 자연스럽고, 때로는 긍정적인 자기만의 시간으로 인식한다. 즉 MZ세대는 개인의 자유와 편안함을 추구하며 자기 주도적이고 효율적인 식사를 하려는 경향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나 아직은 그들에게도 혼밥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 긍정적 측면이 혼재한다.


MZ세대가 아닌 나로서는 혼밥의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성장한 탓으로 선뜻 혼밥에 익숙해질 수 없다. 그러나 기성세대인 내가 오늘 용기를 내어 혼밥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떨치고 용기를 내어 혼밥에 나섰다. 사실은 자발적으로 혼밥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떨친 것이 아니고 어쩔 수 없이 혼밥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 합리화를 하다 보니 용기를 낸 것이다

아무튼 오늘 그 부정적 시선을 떨치니 모처럼 색다른 행복감에 젖는다.

사회성 없는 인간이라 손가락질받을까 하는 걱정을 뒤로하니 이런 행복이 찾아온다

누가 보면 어떠랴 하며, 전에 없던 용기를 내어 보니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다. 내가 아는 한, 삶 속의 행복이란 이런 거다

행복이란 뭐 별다른 게 있을까?

내가 모르는 세상 속,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내가 세상 온갖 것을 다 경험했을 수 없으니

내가 모르는 삶이...
내가 모르는 행복이... 있을 수 있다.
성직자. 예술가. 과학자. 사업가. 백만장자. 난 그런 삶을 살지 않아 그들의 행복을 모른다.
비교적 단순하고 흔해 빠진 단순한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더 이상의 행복을 생각해 내기 어렵다.
그저 내가 아는 인생의 삶에서 바라본 순간들 중 지금 이 순간이 내게는 최고의 행복이다.

하릴없는 오늘, 정치인도 유명 연예인도 아닌, 소시민에 불과한 내가 혼자 밥을 먹는다 한들 누가 신경 쓰랴. 혹여 나를 아는 지인이 마침 이곳을 지나다 나를 본들 무엇이 대수랴. 소심하고 쓸데없는 걱정을 떨치니 행복이 찾아오는구나. 이런 느낌에 도취된 오늘은 괜찮은 하루인 듯하다.

"눈앞의 잔가지 잘라버리니 아름다운 먼 산이 눈앞에 다가온다"는 유명인사의 말이 떠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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